진통

2008/04/16 03:15 / 생활
이틀동안 촉진제를 투여했지만 듣지 않자 아내는 이내 녹초가 되어 잠이 들었다. 아기는 아직도 진통을 만들어 내지 못했다. 아내는 막연한 진통보다 그것을 예감하는 공포에 시달리고 있다. 세상을 다 아는 것처럼 굴었던 내가 '그냥, 그냥' 하며 눈물을 흘리는 아내와 아무것도 모르고 부지런히 숨을 할딱거리는 아기 앞에서 제 체온만 유지하며 손 잡아 주는 것 밖에 아무것도 할 수 없다는게 기가 막혔다. 나는 이런 엄청난 공포를 대수롭지 않게 여겼었다. 그동안 나는 얼마나 세상을 정직하게 이해하지 못했던 것일까. 아이의 탄생이 아름다운 기억이라고는 하지만 지금 이 시간에 아내와 아이가 아름다운 생각으로 기분 좋은 순간을 그려내는 것만은 아닌 것 같다. 애써 그렇게 기억될 것을 미뤄 짐작하고 끝내 위로할 뿐. 그 고통을 지켜 보고 함께 한다고 해서 선량한 남편이 되진 않는다. 그 고통을 지켜 보았다면 함께 한다는 말이 터무니 없는 연민일 뿐이란 것을 잘 알게 된다. 운동 잘 안한다고 구박하고 밥 잘 안먹는다고 잔소리를 떨었던 나는 얼마나 작고 초라했던가, 홀로 숨을 참으며 진심으로 기적같은 일을 준비 하고 있는 아내는 적어도 나보다는 휠씬 거대하고 숭고하다.
2008/04/16 03:15 2008/04/16 03:15
DrunkenSTAR 이 작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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