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일의 단상

2005/08/21 12:51 / 생활
모서리가 하늘을 조각 낼 만큼 반듯하다. 저녁 7시15분 양화대교로 가는 강변북로에서 여의도는 그랬다. 몇주간 베일만큼 날이 섰던 암울함을 딛고 가을이 온 것일까, 명백한 건 오직 하늘 뿐인 날, 그 하늘 중에서도 가을, 그리고 나를 비롯하여 공평한 설움이 한가지씩은 가지고 있는 인생들이 마음을 부대끼고 있던 저녁, 나는 며칠 전부터 말해야 할 것 같은 욕망에 시다리고 있었고 끝내 이기지 못했다. 말하고 싶은 욕망은 언제나 방정 맞은 것인양 할 때도, 하고 나서도 개운치가 않다. 나 조차도 그 사연들에 조목조목 거짓이 없는 경험이어야 하는데 딱 떨어지는 믿음이 없는 선언이 된 것은 아닌지 돌아 오는 새벽 내내 손이 떨렸다.
선택, 그 기회는 겪은 역사와 닮고 달은 경험에서 진지함을 가지게 된다. 하지만 공평한 선택은 기득권을 쥔 자의 배려에 의해서 오픈되곤 한다. 나의 선언이 공평한 선택의 기저로 부터 시작되었다면 나는 먼저 내 기득권을 버려야 했는지도 모른다. 아니면 그들을 사랑하기 때문이라고 뭉둥그릴 수도 있겠다. 내가 편해지자면 후자가 되겠지만, 잘했다 못했다, 이중 판단을 서두르는게 사람의 경망스러움이기에 쉽게 후자로 새겨버리지도 못한다. 이제 그들의 생각도 암울해질 수도, 뚜렷한 모서리의 가을처럼 명백해질 수도 있겠지...
오늘 아침부터 어느 컨설팅 회사의 임원과 리더쉽에 대한 얘기를 했으나 나는 그가 하는 말을 잘 알아 듣지 못했다. 그게 언제부터 말로 조리있게 설명할 수 있는 것이 었는지 도리어 면박을 주고 싶었다. 하지만, 공평한 선택의 기회를 주기 위해 또렷한 역사를 말해주는 것과 내 사상을 명백하게 인지시켜주는 것은 분명히 차이가 있다. 공평한 선택은 판단의 헤게모니를 그들에게, 명백한 인지는 주입자의 사상에 의해 가공된 헤게모니를 그들에게 라는 차이에서 리더쉽은 어떤 막연한 열정과는 다르다. 리더쉽... 그것은 수용자의 입장에서 가을이 되어야 하는 것과 같고 그 차이는 여러 조각을 지니고 있다. 아직도 습기차게 더운데 무슨 가을이냐?, 하늘은 리더쉽 부재인가? 햇볕은 가을을 부정하는 사람과 인정하는 사람에게 모두 공평한데도 말이다.
2005/08/21 12:51 2005/08/21 12:51
DrunkenSTAR 이 작성.

내가 힘들 때, 어느 정도인지 가늠 조차 안되는 아주 옛날에 힘들었을 때에도 늙은 항구와 붉은 등대에 소주 한병, 변성기 목소리 한움큼만 있으면 됐다. 지른 소리가 먹혀 드는 천년의, 만년의 바다는 쓸어 담은 거품을 다시 사연으로 뱉어 내지 않았기에... 그 한참 동안 모래사장을 갈지갈지 돌아 다니다가 종아리에 묻은 모래를 바닷가에 씻어 내며 이름 한번 부르는 것으로, 내 힘든 건 그토록 울다가도 금새 새침한 소녀가 된다. 그저 그런 것으로 보아, 내 어려움은 좋은 걸 좋다, 안되는 걸 안된다, 못하는 걸 못한다고 말하지 못함으로 생기는 질병이고, 손가락으로 찍어 하나 밖에 없는 아픈 곳, 붉은 등대 그 심장, 이젠 대지 않아도 스스로 노란색이 될 것처럼 표정을 바꾸기 때문이다.

거울을 보듯 심취해 있던 세계의, 일편의 나의 세계가 진정으로 꿈틀대도 가여운 비겁 수그러들 줄 모르고, 가끔은 내가 내는 무슨 소리를 듣고 그렇다 했을 모든 이름들에 대한 선명한 가여움. 이런 저런 말 못하여 비겁하게 내 뱉는 임금님 귀는 당나귀. 내 입엔 꿀을 바르고 내 머리엔 여전히 똥.
2005/08/16 22:43 2005/08/16 22:43
DrunkenSTAR 이 작성.

질주, 그 허망함

2005/08/14 17:26 / 생활
비가 온다더니, 새가 날고, 사람들의 손은 가볍다. 책을 들고 있지 않아 가볍고 쓰고 있지 않아 멍청한 내 손은 어그레시브의 어그레시브해진 호르몬에 결박되어 있다. 그것의 그것으로, 부정의 부정으로 어린 시절 뱀이 지나다녀 생긴 지문을 볼 시간이다.
부산하던 꿈은 차츰 질서가 잡힌다. 덩달아 서랍의 밀도가 꼼꼼해진다. 질서와 밀도의 축이 정비례 될 수록 삶은 루시드해진다. 하지만, 존재가 당연한 순간, 혼란의 촉발도 당연시 되는 순간이기도 하다. 위태한 시절의 질주는 그 허망함을 알수록 유혹적이다.
우울한 상태는 무거운 모든 것과 연결되어 있다. 무거운 공기, 무거운 비, 무거운 낙엽... 꿈이 질서가 잡히는 순간, 준비된 밀도와 겹쳐서 다시 존재가 가벼워진다. 다시 달리고... 다시 허망하고...

나는 지금을 다른 열매가 수확해야 할 시간으로 본다. 누구도 염두에 두지 않았던 꽃을 피워야 할 시간으로 본다. 따라서 밭을 뒤집어야 할 시간으로 본다. 어디서부터 여기까지 질주를 하고 돌아온 나의 늙은 영혼이 호미를 든다. 쪼그리고 앉아 밭을 뒤집는 동안 가장 낮은 곳에서 허망함을 잊는다.

혼란하다. 그리고 암울하다. 그래서 주말엔 아무 생각도 아무것도 할 수 없다. 멍청함이 곧 휴식이다. 강원도 홍천에 가야 했지만, 일어나 물리적인 것 조차 질주를 거부하고 누워 버린다. 땅은 잘 있겠지.
2005/08/14 17:26 2005/08/14 17:26
DrunkenSTAR 이 작성.

덥다. 올해 처음 딴 고추는 빠알갛게, 자알 마르겠으니, 이제 가을이구나.
내 머리 속도 빠알간 암울이 자리 잡아 익어가고 있었구나, 이제 재촉하는 이 없고, 출입문이 없는 세계에서 발가 벗고 누워 있는 나는 눈을 뜬다. 희망을 바라보던 새의 흰 배도 보이지 않고, 건조대에 널부러진 바지, 말려 있거늘 말라간다. 습기가 없던 어느 날, 희망은 아무것도 빨아 들이지 못하고 말라간다. 송지호 억새풀처럼... 그때 말렸던 감정들만이 습기를 빨아 들인다.

아~ 이제 어떻게 할까?
2005/08/08 20:57 2005/08/08 20:57
DrunkenSTAR 이 작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