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 하고 있는 것일까? 어디로 가는 것일까? 이정표를 잃은 듯한 물음을 잠시 접어두자, 언제고 나의 눈이 영원히 감기고 더 이상 사랑하는 가족들, 치기어린 친구들, 다툼에 정이 붙어버린 동료들과 말을 할 수 없을 때가 되어도 그 답을 얻을 수 없을 지도 모르니까... 잠시, 접어 두자. 내가 어느 길에 서 있을 때는 이미 그 길을 선택했던 것이기에 어디로 갈까 망설이지 말자.
오래 간만에 다시 20명의 관리자가 되었다. 지난 저녁 잭 다니엘 한병을 모두 비우며 고민해서 끊었던 차표는 어느 허름한 다방에서 2천원짜리 커피 두잔에 행선지를 바꾸고 말았지만, 그곳에서 볼 진귀한 골동품이나 빨간 지붕을 기대하지는 않으련다. 여행은 가서 볼 것 때문에 신발을 챙겨 신는 것이 아니라, 가는 동안 부단히 따라오는 지친 영혼과 힘겹게 투쟁하기 위해 떠나는 것이다.
그 길에 20명의 동반자가 있다. 나의 것 만큼이나 지치고 같은 세상살이를 살고 있는 동반자가 어디로 갈 것인가? 잘 하고 있는 것일까? 부표를 찾을 때, 나도 아직 어느 방향이라 말할 수 없더라도, 주저 없이 통통배던, 쾌속선이던 어떤 동력이 되주어야 한다.
2005/01/29 01:21 2005/01/29 01:21
DrunkenSTAR 이 작성.

자성록

2005/01/26 21:29 / 기억
항상 나에게 가깝게 느껴지던 삶의 표시가 때로 게을러질 때, 저절로 호흡이 느려지거나 하진 않지만 삶과 정체성의 무력감에 시달려 나도 나를 수습할 수 없는 어쩔 수 없는 시기가 되면 인생의 선배들과 술이라도 한잔 하고 싶은 생각이 문득문득 일지만, 세상살이의 염증이 터져 행여 실수나 하지 않을까 걱정부터 하게 된다. 그러다 보면 어차피 나에게 마음써주는 가장 좋은 선생은 나 밖에 없다는 다소 건방진 믿음을 가지게 되기도 한다.
연애 편지를 쓰다가도 자꾸만 이 편지가 그에게 도착했을 때, 잘 잊고 잘 살고 있는 사람에게 도리어 실수가 아닌가... 편지지는 그렇게 오열을 하며 구겨진다. 어느새 나는 다른 사람이 되어 있는 듯 하다. 삶은 반복되며 고통과 갈등을 자성하게 한다. 진정으로 원하는 것과 슬픈 것은 동일한 평행선을 긋는다. 마음이 자꾸만 다쳐가는데, 정말 원하는 것은 리버스되지 않는다.
나에 대한 선생이 나 라는 맹목적인 과신으로 나는 여전히 아무말도 하지 못하고 말았다. 나는 왜? 무엇을 하는 가에 다소 입맛을 다셔 가는 중에도 물끄러미 그가 보고 싶단 말이다. 실은, 무엇을 자성해야 할지... 그런 것조차 기록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 나 이다.
2005/01/26 21:29 2005/01/26 21:29
DrunkenSTAR 이 작성.

마케팅

2005/01/25 12:27 /
우리는 왜 마케팅이 경영의 한 부분이라고 생각하는가? 마케팅과 경영을 추에 매달아 기울기를 재어 본다는 가정을 했을 때, 어느쪽 추가 기울 것인지 예상할 수 있을까? 학문적으로 역사와 연구의 양 등에서 경영의 축이 유리하다고 할 수 있을까? 학문적으로 경영의 목표가 마케팅과 혁신이라는 대답이 적절할까?.

마케팅의 개념이 코틀러의 믹스로 현실화 되었을 때, 현장의 경영에서는 그것이 곧바로 세일즈로 이어지지 않는다는 것을 알고 불만을 터트렸다. 마케팅 활동에 투자한 자본이 현실화되지 못할 수록 경영자는 마케팅은 세일즈로 마케팅은 홍보로 연결시키고자 하는 유혹에 쉽게 빠질 수 밖에 없었다. 그것은 현실 경제에서 가장 경쟁력 있는 정량적 가치가 가격일 수 밖에 없다는 것을 알고 있는 경영자라도 위상수학, 미적분을 동원한 경제전문가들의 모델은 무엇보다도 가치가 있을지도 모른다는 가능성에 현혹되어 가격외적인 활동에 기업의 자원을 투입하는 것과 같다.
하지만, 경영자가 할 수 있는 판단은 수요와 공급 곡선에 의한 가격의 지표를 제외하고는 모두 가능성에 의한 진단으로 구성된 모델속에서 판단 할 수 있는 것들 뿐이다. 다시 말해 그 가능성이 마케팅이고, 기업을 구성하는 모든 것, 토지, 자본, 노동, 이 고객에서 어떻게 보이고 있는가라는 것에서 출발하게 된다. 그 출발점에서 회자된 고객의 창출이 바로 혁신이 된다.

이제 추억을 더듬어 봐야 할 때다. 집으로 가는 길에 뾰족한 꼬챙이로 새겨두려 했으나, 이젠 잊어 버린 고객에 대한 불쾌한 기억들을 생각해볼 차례다. 오늘날 고객을 대하는 컨설턴트들은 불쾌한 고객의 기억을 가지고 있지만 그것을 꺼내는 것이 터부처럼 되어 버린 세상에 살고 있다. 그것은 고객은 왕이라는 어처구니 없는 고정관념이 지적인 판단과 경험을 제어하기 때문이다.
고객이 왕이라는 개념은 이제 정치적인 립싱크에 지나지 않는다. 시스템 속에서 고객은 각종 항목으로 분해되고 관리되어 진다. 이제 마케팅은 고객을 왕으로 신격화시키는 것이 아니라 성실하게 분해하고 어떤 효과적인 방법으로 관리해야 하느지에 대한 개념으로 변해야 한다.
2005/01/25 12:27 2005/01/25 12:27
DrunkenSTAR 이 작성.

조난신호

2005/01/23 19:31 / 기억
언젠가 저곳, 그 바다에 도착했을 때, 검고, 푸른 바다가 있을 법한 그 자리에서 내가 놓친 연자맷돌의 조난신호를 듣는다. 집에 문득 불이 켜지고, 다시 나는 혼자다. 저편을 보면 볼 수록 혼자서는 건널 수 없는 강... 기어이 바다에서 조난된 나의 사랑은, 잘 지내냐고 신호를 보낸다. 나는 그렇다고 창문 넘어 볼 수 있게 불을 켜둔다. 밝은 곳에서 비로서 나의 그리움은 감춰진다. 그렇게 감춰진다.

이미 5월에 내 심장은 동사 하였다. 그래서 겨울을 날 수 있었다. 봄에 새순이 돋아야 하는 이치를 내 심장은 모르고 있다. 벌써, 2월인데... 햇살이 봄이 되면, 다시 짜안해질 텐데... 약속이 매어져 있다면, 이태후 봄을 지금 끌어 올텐데...
2005/01/23 19:31 2005/01/23 19:31
DrunkenSTAR 이 작성.

정남이에게

2005/01/21 20:36 / 편지
네 편지를 보니까, 어느 옛날 내가 논산훈련소에서 보낸 6주간의 시간이 절박하게 묻어 나는, 그것과 조금이라도 비슷한 그 어떤 막막함이 하나도 느껴지지 않아서 좋다. 병역특례로 겨우 4주간의 훈련, 또는 소풍?, 또는 두뇌의 휴식? 이 그 위치를 망각하고 빡세게 돌리고 돌아가서 네 입에서 단내가 폴폴 풍겼으면...하고, 못되먹은 생각도 아니 하진 않았으나, 명예로운(ㅋㅋ) 병장 제대도 아닌데, 나라에 충성 또는 기간병들의 부당한 폭력으로 네 몸을 훈련장에 지나치게 바쳐서 행여 훈련이 끝난 후에 팔, 다리 어디 하나에 삐그덕 병에 덜컥 걸려서 앞으로 나와 같이 홍대 클럽에 못가게 되는 불상사가 일어나지 않을까 노심초사다. 병특의 나라 사랑은 훈련을 통해서가 아니라, 키보딩을 통해서 라는 사실을 다시 한번 상기하도록 해라...

네가 훈련소에 가기전에 부탁 했던 어떤 생각할 꺼리를 네 소원대로 적어 보낸다.
#1
국내 굴지의 보험사는 다음과 같이 세가지 전략이 있다. 브랜딩, 프로세스, 커뮤니케이션에 관한 전략이다. 우리가 키워드를 가지고 전략을 풀어 내듯이, 이 세가지 전략이슈를 하나의 키워드 'SMART' 라는 전략 키워드로 묶으려고 한다. 그래서, 각 Word 마다 고유의 컨셉을 도출하여 세가지 전략에 Matching 시켜 이슈트리를 완성해봐라
예) 커뮤니케이션 : S --> Super > 고객을 위한 슈퍼맨
#2
국내 굴지의 금융기관은 다음과 같은 고민에 빠져 있다. 작년의 트랜드인 통합에 대한 이슈가 폭풍처럼 지나갔는데 향후에는 어떤 전략이 대세이며, 그 대세론에 포탈의 개념을 도입하고자 하는데 금융 업무별 포탈의 개념으로 프로젝트를 진행할 경우, 그 방대한 프로젝트를 한번에 진행할 것인지, 개별 단위 프로젝트로 진행해야 할 것인지 고민이다. 이러한 고민을 컨설팅해줘야 한다. 비용과 업무 진행의 측면에서 장단점을 생각하고 무엇이 최선의 방향인지 제시하도록...
힌트) 단위 업무별로 범위와 예산이 다른 4개의 프로젝트가 있다. 올해의 비즈니스 트랜드는 마케팅의 관점에서 업무를 관리(안되는 업무의 제거, 되는 업무의 부각)하는 것이다.

그래, 남자의 인생에는 짬밥이 필요한 때가 있다. 남자가 짬밥을 먹을 때는 뒤에 두고온 미련 따위는 저버리는 법이다. 남자가 짬밥을 먹을 때는 가슴에 있던 목숨을 두고 왔기 때문에 애초에 미련 따위는 없어야 되는 법, 네 목숨은 여기 잘 있으니 피우고 싶은 담배를 거기서 피워봐야 네가 피우는 것이 아니라 니 전투복이 피우는 것이고, 마시고 싶은 술을 거기서 마셔봐야 니 전투화만 적실 뿐이다. 참! 넌 4주 훈련 받고 나올꺼지... 쩝...
밖에 소식은 궁금해 할 것 없다. 너 없어도 잘 돌아가고 있다..ㅋㅋ 왠일인지 거래소, 코스닥 주가도 잘도 올라서 재미도 좀 보고 있고, 여기저기서 제발... 프로젝트 좀 해달라는 통에 수주하면 걱정인 구도가 확실히 잡혀서 날마다 부사장님, 홍과장과 어떻게 하면 수주를 줄여볼까 목하 고민중이다. 그러니, 여기 생각은 하지도 말고 어디 한 군데 다치지 말고, 특히 키보드를 열심히 쳐야 하는 손가락은 잘 관리해서 부디 빨리 회사로 돌아와 재미나게 제안 작업에 참여 할 수 있도록 해라...
사람들이 너 준다고 홈런볼, 쬬리뽕, 에이스 등을 상자에 가득 사가지고 왔길래, 왠지 예비군까지 끝나 버린게 솔찮이 아쉬운거 있지? 옆에 있는 싸이하고 싸이좋게 나눠 먹도록 하고, 연예인 X 파일엔 싸이는 없다, 그러니 넘 실망하거나 걱정하지 말라는 전언도 부탁한다. 그리고 사격할때는 잘 쏠라고 눈을 가늠쇠에 너무 가깝게 부치지 마라, 멍든다. 수류탄을 던질때는 냅다 던지고 터지는거 구경한다고 고개 내밀지 마라, 구정물 튄다. 각개전투할 때는 되도록 웅덩이 옆에 엎드리지 마라, 웅덩이 물튄다. 행군할 때는 뒤에서 걷지 말고 앞에서 걸어라, 앞에선 걷고 뒤에선 뛴다.
그리고 어제 회식했다. 네 얘긴 하나도 안했으니 행여 너 없다고 뒷담화할 것 같은 걱정도 안해도 된다.
어무쪼록 몸조심하고, 네 맡은 바 불침번에 최선을 다해 빨리 일어 나도록 해라~ 네가 돌아오면 조촐하게 인터콘티넨탈 호탈 크리스탈 볼룸에서 축하연을 할 계획이니, 월급 받은거 행여 PX 같은데다가 쓰지 말고 고스란히 가지고 나오도록... 그걸로 축하연 할꺼니까...
그럼... 나름 힘들고 추울텐데, 내복, 깔깔이 잘 챙겨 입고... 형은 추워서 소주한잔 하고 퇴근할라고...

2005년 1월 21일
너 불침번할 때 술 취해서 귀가하는 재크 형이...
2005/01/21 20:36 2005/01/21 20:36
DrunkenSTAR 이 작성.

조승우 정서

2005/01/19 12:55 / 생각
손쉬운 이분법이라면, 남자보다는 여자가 감수성의 과잉상태에 도달하는데 거부감이 적은 듯 하다. 그의 열연도 열연이지만, 기립박수의 소란 속에서 여자들이 그에 대해 말하는 찬사는 외부의 어떤 사건에 대해 느끼는 감동을 넘어서 신화에 가깝다고 보여질 정도다.
기획사에서 말했듯이 '지킬 엔 하이드'는 조승우의 스타성으로 인해 앵콜된 뮤지컬이다. 그를 처음 캐스팅 했을 때에도 그가 현재와 같은 스타성을 품어 낼 것이라고 예상했던 사람이 있었을까? 성공한 현재, 성공적인 현재는 과거의 우연을 당당히 현재의 필연으로 가장시키는 홀림 현상이다. 역설적으로 앵콜은 '잘 되었을 때' 우연적으로 받게 되는 요구이다.
우연과 필연을 넘어서서 '지킬 엔 하이드' 는 참 잘 된 뮤지컬이다. 너도나도 이두박근과 복근을 키워대는 소위 연예인들의 반열에서 80년생인 조승우의 추임은 갸엾을 정도다. 출렁거리는 연미복 바지 속으로 그를 지탱하고 있는 다리조차 위태로울 지경이다. 하지만, 그는 그런 가난과 위태함속에서 매끄럽지 못한 에너지를 쏟아낸다. 소냐, 김소현 등의 주연급 조연들의 연기와 성량 또한 무시할 수 없이 아름답지만, 지킬 엔 하이드가 왜 조승우의 스타성으로 일궈낸 뮤지컬이 되었는지, 그의 에너지를 통해 그것을 이해 못할 바가 아니었다.
뮤지컬이 끝났을 때, 균등한 감수성을 가지고 있진 않아도 남들보단 그 치밀어 오름이 낫다고 생각했지만, 조승우에 대한 맹목적인 신뢰를 보내는 여자들보다는 못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신뢰는 여자들에게 파고 들 수 있는 가장 확실한 통행증이다. 그렇다면, 2시30분만에 조승우는 수많은 보편적인 여자들에게 감수성을 동반한 어떤 신뢰를 이입시켰는지, 둔감한 나로써는 급작스런 이해가 되지 않는다. 다만, 그의 근육발달이 평균 연예인에 못미치는 빈약한 몸매이기에 마초적이지 않고, 성량 높은 목소리로 예민한 감각기관을 일깨우며, 손쉬운 이분법 처럼 보이는 즉, 선과악의 대립항을 넘나드는 훌륭한 연기를 보여줬다. 이것으로 신뢰구축이 가능한가?
신화화 된다는 것은 우숩게도 그 안에 '신' 이 있다는 것을 전제한다. 인간은 어떤 존재를 가정함으로써 신을 창조하고, 마음이라는 기표안에 투영하게 된다. 그때의 신은 종교적인 신이 아니라 무신론자들이 신뢰하는 자아의 신인 것이다.
가시적인 영역 즉, 조승우의 음악과 연기를 통해 투영되어 기표안에 기존 질서를 해체시키는 일은 이미 두가지를 염두에 두었기 때문이다. 하나는, 그의 스타성이라는 사회적이며 암묵적인 쇄뇌를 통해 이미 그에게 어느정도 해체될 것을 염두에 두었다는 것, 다른 하나는 연약한 인간으로써의 자아는 과학을 동원하여 신을 축출하고 이성을 앉혀 놓았던 자리에 언제든지 에너지 넘치는 디오니스적인 감성이 들어와주기를 기대하고 있었기에 조승우의 정서는 완성될 수 있었던 것이 아닐까?
조승우의 정서는 그의 스타성(다분히 경제적, 경영적 논리에 입각한)과 니힐리즘에 빠져 있는, 어쩌면 이미 해체된 기표 속에 초극적인 자아의 신을 투영할 수 있도록 마음껏 그리고 매끄럽지 못한 에너지를 발산해주었기 때문에 만들어 질 수 있었다. 그것은 현재의 이분법적인 사회 상황과 경제적 빈곤함속에 심리적인 박탈감, 변증법적인 담론이 없는 다양성속에 소외에서 피어날 수 밖에 없는 문화적 인플레이션의 한 현상이다. 여하튼, 그의 후속 영화에서 또 어떤 정서가 함유될 지 궁금해질 수 밖에 없는 이유도 된다.
2005/01/19 12:55 2005/01/19 12:55
DrunkenSTAR 이 작성.

병(病)에게

2005/01/14 18:13 / 관심/텍스트
오랫동안 앓던 병보다 잠깐 들른 감기가, 어지간하면 고치려하지 않고 시간을 좀 들여 앓아 버리면 된다던 생각을 뉘우치게 한다. 감기에 비틀거리는 내 모양이 작년 내내 그 모양새다.
닳아 가는 육신만큼, 이틀만 앓고 나면 낫는 병도 차츰 없어진다.


병(病)에게
조지훈


어딜 가서 까맣게 소식을 끊고 지내다가도
내가 오래 시달리던 일손을 떼고 마악 안도의 숨을 돌리려고 할 때면

그때 자네는 어김없이 나를 찾아오네.자네는 언제나 우울한 방문객
어두운 음계(音階)를 밟으며 불길한 그림자를 이끌고 오지만
자네는 나의 오랜 친구이기에 나는 자네를
잊어버리고 있었던 그 동안을 뉘우치게 되네.

자네는 나에게 휴식을 권하고 생(生)의 외경(畏敬)을 가르치네.
그러나 자네가 내 귀에 속삭이는 것은 마냥 허무
나는 지그시 눈을 감고, 자네의
그 나직하고 무거운 음성을 듣는 것이 더없이 흐뭇하네.

내 뜨거운 이마를 짚어 주는 자네의 손은 내 손보다 뜨겁네.
자네 여윈 이마의 주름살은 내 이마보다도 눈물겨웁네.
나는 자네에게서 젊은 날의 초췌한 내 모습을 보고
좀더 성실하게, 성실하게 하던 그 날의 메아리를 듣는 것일세.

생에의 집착과 미련은 없어도 이 생은 그지없이 아름답고
지옥의 형벌이야 있다손 치더라도 죽는 것 그다지 두렵지 않노라면
자네는 몹시 화를 내었지.

자네는 나의 정다운 벗, 그리고 내가 공경하는 친구
자네는 무슨 일을 해도 나는 노하지 않네.
그렇지만 자네는 좀 이상한 성밀세.
언짢은 표정이나 서운한 말, 뜻이 서로 맞지 않을 때는
자네는 몇 날 몇 달을 쉬지 않고 나를 설복(說服)하려 들다가도
내가 가슴을 헤치고 자네에게 경도(傾倒)하면
그때사 자네는 나를 뿌리치고 떠나가네.

잘 가게 이 친구
생각 내키거든 언제든지 찾아 주게나.
차를 끓여 마시며 우린 다시 인생을 얘기해 보세그려.
2005/01/14 18:13 2005/01/14 18:13
DrunkenSTAR 이 작성.

팀미팅과 가족의 의미

2005/01/12 13:29 /
연간 규모 30억의 온라인 마케팅 제안에 전략기획의 옵져버 입장에서 참여하려고 했던 안일한 생각을 스스로 깬 것은, 누군가에게 끌려 다니는 것을 본능적으로 거부하기 때문에 옵져버 보다는 제안 리딩을 하기로 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온라인 마케팅에 대?지식 부재, 플래임워크가 없는 진행, 제안 인력의 조직적 움직임이 없는 상황에서 중간에 리더가 변경 되는 것은 혼선의 혼선을 야기하는 입장을 최종적으로 정리하고 한발 물러서서 제안서의 한 꼭지만 담당해주기로 상황은 다시 반전되었다. 기존에 사업부를 정리하는 일과 콘텐츠 공급계약을 위한 콘텐츠 점검, 각종 영업대응에도 신경을 써야 하는 입장에서 제안 리딩까지는 확실히 무리라는 결론은 경영적 합리화 였다.
리딩을 결정하고 첫 미팅에서(프로젝트를 할 때, 첫미팅은 관계의 종속설정, 비즈니스의 방향, 리더쉽의 견지에서 매우 중요하다.) 본질을 찾지 못하는 플레임워크와 그런 카오스에 질서를 잡을 만한 지적 도메인과 플레임워크 수립의 시간 등이 부족한 것을 깨닫는데는 채 3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3시간이 흐른 뒤에 아직 준비되지 못한 나에 대한 책임을 피하기 위한 선택을 하지 않을 수 없었고, 프로젝트와 그 프로젝트를 발주한 클라이언트와의 정치적 관계를 트집 잡아, 결정을 번복하는 과정은 정치적 합리화 였다.

컨셉을 수립하는데 컨셉은 이것이다! 라는 호두에 집중하지 못하고 컨셉이란 무엇인가? 라는 호두 껍질에 치중하던 팀은 몇번의 미팅을 통해 조금씩 호두에 가까워지고 있었지만, 여전히 시간은 흘러 더더욱 부족한 시점이 되었다. 돈이라는 기저철학을 깔고 있는 클라이언트의 인더스트리에 돈보다 상위가치는 무엇인가? FGI 결과는 가족, 자기애 愛, 란 결과가 나왔다. FGI 가 아니더라도 그 정도 통계는 도출할 수 있다. 여전히 팀은 가족이라는 주제와 그 주제가 동시대의 사람들에게, 정확히는 동시대의 어떤 타겟에게 cult 화 될 수 있는지 의문을 던져야 했지만, 제작할 영상에 대한 논의는 그간 우리가 익히 보아왔고, 규범적으로 그럴 수 밖에 없다는 가족의 따뜻함에 대한 진부한 논의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싸이월드나 블로그를 통한 디지털 노마디즘은 자기와 가족에 대한 현상과 행위에 대한, 즉 나는 이런 것을 먹어서, 나는 이런 친구가 있어서, 나는 이런 곳을 가봐서, 나는 이런 어머니가 있어서, 나는 이뻐서, 등을 디지털 매체화 시켜서 전파시킨다. 이런 전파는 그럴 수밖에 없는 규범적 전파로, 나는 행복하다, 나는 가족이 있다, 가족은 따뜻하다 라는 행복의 거품이 포퓰리즘된 것이다.
동시대의 젊은 세대가 진보와 개혁의 성향을 가지고 있다는 판단은 그래서 어렵다. 그것은 젊은 세대가 기성 세대보다 문화의 섭취와 수용능력이 넓고 빠르다는 개방성과 혼돈을 빗기 때문이다. 젊은 세대 스스로도 그들을 진보라 규정하지만, 전통의 답습과 규범적 가치관을 전파하는 생활을 가진 모순을 지니고 있으며 그것은 그들이 반대파라 생각하는 보수 세력의 가치 수호와 다르지 않다.
다시 가족의 문제로 돌아와서, 그것이 전통적 규범으로 전파되는 것은 극단적으로 가부장적 구조가 확립되었을 때 행복하다라는 개념이 도출됨을 전파하는 것이다. 즉, 가족의 구조는 생산적인 아버지와 내조적인 어머니의 구조속에 단란한 핵가족으로 귀결되어 결손과 관계된 형태의 가족은 행복과 연관시키지 않는다는데 문제가 있다. 일갈하건데, 개인에게 가족의 따뜻함은 그런 전통적이며, 규범적인 구조의 이미지속에서만 존재한다는 무의식적 관념에 반론을 던져야 한다. 그렇다고 이미지의 파괴가 곧 가족의 붕괴나 계급혁명으로 비화되어서도 안된다. 다양함의 인정과 그에 따른 공공선의 실천이 젊은 세대의 노마디즘 전파심리와 다른 것은 가족이 언제나 개인에게 궁극적인 안식처의 역할을 하는 것이 아니라, 개인에게 심대한 상처가 될 수 있다는 현실을 직시하는 것에 있다.

팀으로 돌아왔을 때, cult적 콘텐츠에 골몰하는 팀원들에게 따뜻한 가족이 아니라 그들이 말하는 구조적 붕괴의 가족, 단지 구조적인 측면에서만 행복과 관련이 없는 붕괴의 접근을 통해서 콘텐츠에 메시지를 넣을 방법을 찾기는 어려울 것 같다. cult 를 생산해주는 주체가 아직 디지털 노마디즘의 전파 심리에 심취한 이들이기 때문이란 팀의 논리도 아주 일리가 없는 것도 아니다.
2005/01/12 13:29 2005/01/12 13:29
DrunkenSTAR 이 작성.

Question Mark

2005/01/11 10:41 / 생활
남게 되었다는 건, 실은 좀 우스운 일이다. 빌리의 말을 '빌리'자면, 언프로패셔널에 틀림 없다. 결정을 하는 순간, 저편의 공기를 쐬고 있던 마음이 돌아온 건 사실이지만, 돈과 관계 없이 새로운 부담감이 억누른다. 이 부담감으로 인해 나는 더더욱 아마추어 같다는 생각을 한다. 절대적인 가치가 부족할 때, 세상을 굴리는 유일한 정량적 가치에 대해서 프로패셔널하지 못했다면 나에겐 최소한 상대적인 가치 무게가 있었을 것이다. 애석하게도 나는 그것을 감사와 애정이라 규정한다. 빌리의 말을 또 '빌리'자면 중독이라 규정할 수도 있겠다.
이런 몇가지의 키워드가 그대로 question mark 의 화살이 되어 꽂혀 버린다. 의지는 question mark 에 대한 답을 표상시키고자 하지만, 궁극적으로 의지는 행위로 곧바로 이어져 버리곤 한다. 그때 후회는 침묵을 깨고 갈등의 단초를 겹겹이 제공한다. 수많은 가정과 설정을 했지만, 어느 쪽을 선택하더라도 나는 이미 다른 쪽을 바라보며 후회할 것을 안다. 그것이 나의 숙제이고, 나에 대한 과대평가를 마음속으로 다스리는 question mark 이다.
2005/01/11 10:41 2005/01/11 10:41
DrunkenSTAR 이 작성.

나??

2005/01/07 18:21 / 생활
한달간 산소를 소모하고 이산화탄소를 생산하던 마음은 이제 뒷걸음질 앞걸음질을 끝냈다.
작별... 은 고사되었다.
힘든 날들이 지났다. 나는 시소를 탓고, 그들은 줄다리기를 하고...
나?? 에 대해서 많은 question mark 를 던져 본 시간이었다.

생각해보니, 그네를 타고 뛰어 넘었어야 했는데... 둘 다 거기까지 가진 못했던 것 같아 아쉽지만...
이제 '일해 보이는' 것만 남았다.
2005/01/07 18:21 2005/01/07 18:21
DrunkenSTAR 이 작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