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술 한잔 하지?

2004/11/30 17:48 / 생활
가을이 길다. 한잔 하지?



가을이 길다?
그런거 같아... 마치, 너나 내가 무엇인가 아직 선택하지 않아서 기다리고 있다는 듯 말야,
그래... 요즘은 참 데카당스해 몸도 마음도 하다못해 고향집 굴뚝까지도,
그걸 슬럼프라고 하나?,
노동자한테도 슬럼프가 제도적으로 인정되나?,
헛소리... 슬럼프하고 제도하고 무슨 상관이야,
그래, 멜랑꼴리가 사회적인 문제는 아닌거지,
그래도 요즘 세상 돌아가는거 보면 충분히 우울하긴 해,
노무현이랑 열우당이 극좌파라면, 대단히 음모적이야... 400만명의 신불자와 100만명의 청년실업자와 1000만명 이상의 국민연금가입자를 체념의 상태로 몰아 갔으니, 이정도면 빨갱이라도 대단히 빨간 빨갱이지,
술이나 한잔 하자고...
그래...



말이 나왔으니까 말이지 노무현이 언제부터 신자유주의자 였지?,
처음부터 그랬는데 몰랐거나 여당에 그런 사람들이 많거나, 권력을 잡는 순간 모두 대처리즘이 되거나 레이거노믹스에 심취하는가 봐 참 신기한 일이야...
기든스의 제3의 길을 읽었는데 뭔소린지 잘 모르겠더군 누군가가 추천해줘서 최장집교수의 책을 한권 샀네,
촘스키 전집을 읽고 있는 중이야 아직 다 읽지는 못했는데 촘스키는 최소한 기든스처럼 중도좌파는 아니더군,
그럼?
아직은 잘 모르겠어, 다 읽어보고 다시 한잔 하자구...
롤랑바르트의 텍스트에 대한 책을 아직 끝내지 못해서 촘스키는 접해보지 못했어,
언어학적인 책은 아니니까 출퇴근하면서 읽어봐...
그래,
근데 넌 언제 결혼할꺼야?
그거야 당연히 사랑하거나 질투할때지,
그럼 그동안은 사랑하거나 질투하지 않았나?
했지, 근데 사랑하고 질투한거지,
무슨 얘기야?
둘중에 하나가 아니라 둘다 였다는 거야 둘중에 하나일때 결혼할꺼란 말이야,
글세 그런 구분이 가능한가?
나의 생은 미친 듯이 사랑을 찾아 헤매었으나 단 한번도 스스로를 사랑하지 않았노라, 기형도의 시야, 질툰 그 여자의 삶을 사랑하기 때문에 생기는 거라고, 실은 내 삶을 사랑하고 내 생활을 사랑했어야 했는데 말야, 구분하겠다는 게 아니라 어느 하나도 제대로가 아니었던 것 같다는 말이야,
잘 알고 있군, 하지만 사랑엔 강한 호흡 같은 건 없어, 대단한거 같니? 사랑하고 결혼하는게? 사랑은 번개처럼 찰나의 순간에 꺼졌다 살아났다 하는 거라고, 혼자 서있지도 못하는 뼈다귀 같은 것이야 사랑을 오롯이 사랑으로 세우고 싶다면 근육이 붙어야 하는데 그 근육을 생활이라 말하지, 사랑의 감동 같은게 사랑 그 자체에서 나오는 것이란 착각은 영화 시나리오의 음모거나 텍스트를 받아들이는 독자들의 포퓰리즘적인 감정 쏠림 때문이지 사랑 자체엔 강한 호흡이란 존재하지 않아, 생활의 강한 호흡이어야 하는 거지... 사람들은 그걸 인정하고 싶어하지 않을 뿐이야...
그렇군, 술이나 한잔 하자구...
그래, 넌 아직 로맨티스트라 그래...
애니웨이, 사진... 고마워...
2004/11/30 17:48 2004/11/30 17:48
DrunkenSTAR 이 작성.

인생 주문서

2004/11/29 15:35 / 생활
널부러진 양말과 팬티 쪼가리들을 세탁기에 넣으며 나는 왜 눈물이 나지 않는 것일까, 데낄라 냄새를 풍기던 아침에 첫눈이 와서 전화가 폭주하던 다른이의 상상이 나에겐 그저, 녹은 눈의 질퍽함을 탓하는 현실일 뿐이다.
지루함에 과다노출된 내 일상은 내가 존재하고 있다는 것만 부정하지 않을 뿐, 나의 세계는 온통 무정부적인 허무에 시달리고 있다.
보고서는 북북 찢지만 않았을 뿐, 이젠 영감조차 없다. 수북히 쌓이길 바라던 사람들을 조롱하듯, 첫눈 조차도 금새 녹아 '난 첫눈이자너' 라며 존재를 일깨우는데, 긴 고독은 식물인간처럼 식물이 아니라는 증거를 모두 잃어 버린채 질기게 살아가도록 강요한다. 운명론의 허무주의야 말로 향정신성 중독보다 깊고도 빠르게 나를 하나의 사물로 취급하도록 이끌어 간다. 그때마다 내가 받는 슬픔이란, 일정액을 지불한 주문된 일생이 아닐까, 라는 것이다. 못과 나무와 노동의 댓가를 지불하고 재단되는 의자 같은 인생의 주문서 안에 슬픔의 댓가는 얼마일까? 사랑의 댓가는? 외로움이나 행복의 댓가는?
결국 우리는, 영수증을 받기 위해 기다리는 긴 줄, 어디쯤에 와 있는가?
2004/11/29 15:35 2004/11/29 15:35
DrunkenSTAR 이 작성.

문득, 서럽다.

2004/11/25 19:39 / 생활
옥탑 위에 빤스를 널던 여자가
혼잣말 한다.
'오늘 빨래 잘 마르겠다.'
문득, 나는 서럽다.

이리저리 밀려 여기까지 왔건만,
내가 외상졌던 그 세월들
서러운 내 청춘.

말라가는 깃발을 보며
아득한 뒤도 돌아보지 않고 여기까지 왔건만,
진작, 돌아갈 곳 없는 세월을
눈치채지 못한 청춘아

문득, 서럽다.

빤스를 향해 날으려 하는 것들은
모래주머니를 먹는다.
돌아 갈 수 없는 청춘을 먹이 삼아
잘게 잘게 부셔서

날개짓이 무뎌져도
외상지는 세월만 모래주머니에
잘게 잘게 부슨다.

문득, 나는
서럽다.
2004/11/25 19:39 2004/11/25 19:39
DrunkenSTAR 이 작성.

인간의 퀄리티

2004/11/24 18:04 / 생각
모든 인간은 존중 받을 가치가 있고 평등한 권리와 의무를 가진다. 난 이 말에 동의하고 싶다. 예외적인 것들이 관리대상이 되는 직업적 소명감을 대입하지 않더라도 모든 인간(결혼하는 여자, 몸 파는 여자, 결혼하는 남자, 몸 사는 남자, 군대간 남자, 군대 안간 남자, 빽으로 군대 뺀 남자 모두...)에게 기본권은 명명 백백히 보장되어야 한다는 것을 예외없이 인정하고 싶다. 하지만, 고3학생 강의석 군의 학내 종교의 자유 보장에 대한 똘레랑스적 활동에 대해서 다음과 같은 쓰레기 리플을 다는 사람들을 보면, 어쩔 수 없이 인간의 퀄리티는 Low 와 High 가 있다는 사실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다.

제목 : 전학가지-_-
행복한아이 님 생각 / 2004.10.21

미션스쿨이 그렇게 싫었음 예전에 떠나지 왜 지금까지 남아있었지?
강 군의 저런 행동,,내 눈엔 한심해보임.
곧 있으면 수능치고,졸업할텐데..
졸업하면 학교랑 자신이랑 이제 상관없는거잖아..-_-;
몸 망치고,인생망치고..쯧쯧
저런 애들은 대학이나 직장에서도 안 받아줄 듯..
맘에 안드는거 있음 또 단식투쟁할지 누가 알아?;;


제목 : 학교에서 전학보내준다고 그랬다는데...
yj 님 생각 / 2004.10.21

왜 안갔을까...궁금하네.
미션스쿨은 자기자본으로 기독교교육 시킬 수 있는 자유도 있는겁니다.
그런식으로 종교의 자유를 따지면 국가에서 미션스쿨 인가를 내지 말았어야지...


이런 저절적 인간들이 곧잘하는 허무적 발언은 악법도 법이다 라든가, 로마에서는 로마법을 따라야 한다던가, 더 나아가 1명 죽인 사람은 살인자고 100명 죽인 사람은 정복자라고 추켜세우는 어처구니 없는 생각에 열을 올린다는 것이다. 이런 허무적 저질 인간들의 등장은 도처에서 일어난다. 이를테면 아나운서 출신 국회의원 한선교의 튀는 행동(원내에서는 원희룡 의원이 튀는 인간 취급을 받지만 내가 보기엔 한선교 의원이야 말로 튀는 인간이다.)은 자기 생각 없는 인간의 퀄리티를 아주 잘 보여준다. 그가 발언해준 원고 쪼가리는 오직 당론으로 귀결되어 당당당 거릴 뿐만 아니라, 홈페이지의 '선교생각' 의 편린들조차 자기 생각은 고사하고 조,중,동에서 찍어준 보도자료 찌끄러기와 별반 차이가 없는 내용뿐이니 한선교 의원의 모습은 곧바로 오랜 수구인 정형근과 김용갑의 도플갱어처럼 보인다.

강의석군과 원희룡 의원 같은 유형의 사람들을 미운 오리새끼처럼 받아들이는 인간들은 대체로 '저 새끼들 군대 보내야 되', '군대 가면 고문관 될 놈들' 이라는 그들만의 대단한 논리로 미운 오리들의 주장을 반박하려 한다.
대체로 그들의 아주 뛰어난 능력은 부당한 폭력에 굴복할 줄 아는 것과 자기보다 잘난 인간을 인정할 줄 몰라서, 또는 인정하기 싫어서 꼴통 주장에 거품 무는 것 뿐인데도 말이다.
2004/11/24 18:04 2004/11/24 18:04
DrunkenSTAR 이 작성.

과거형 B형

2004/11/24 14:14 / 생활
이태원 엔티크 가구숍에서 안톤 와토의 병풍형 '시테섬의 순례'를 발견했다. 주인장은 9백만원짜리라며 마스터피스의 모작을 마치 진품인양 얘기했다. 가로15cm, 세로 20cm 가량의 덧대기복원 흔적으로 인해 가격이 많이 떨어진다는 설명까지 덤 부쳤다만, 시테섬의 순례는 루브르에 단단히 걸려 있다.
이태원 순례를 마치고 목동 현대백화점 지하 2층에서 스칸디나비아 풍이라는 크리스마스 장식품들을 구경했다. 플라스틱 성탄목(꼬마 전나무)에 큼직한 장신구 몇개를 달고 노란 꼬마 전구를 둘러 놓으면 굳이 스칸디나비아 풍이 아니어도 영락없이 크리스마스가 된다. 트리 앞에 퀄트 블랭킷을 덮고 Nat King Cole 의 'O Tannenbaum' 을 이태원에서 본 진공관 전축 같은 것으로 듣는 크리스마스 상상을 해본다.
'여자들은 기본적으로 엔티크형' 이라는 친구 와이프의 정의에 의하면 클래식에 대한 나의 신비로운 살가움은 내 속에 흐르는 푸닥거리 변덕과 집요함의 변주형 피와 하등 관계가 없어보인다.
그도 그럴 것이 계절 감각 없는 로맨티스트는 종종 시니컬한 염세주의자의 말투를 닮아 가고 내 손으로 가구 한점 들여 놓은 적도 없으면서 연대 좋은 잉글랜드 엔티크 책상을 수소문한다.
진품 마스터피스를 보는 상상 이상의 흥분을 깨달았던 피렌체에서 정적인 소통은 내 정체성의 일부가 됐다. 과거형 정신적 포착의 대표적 두가지 형태인 미술과 사진이 현재형 정신의 정적 상태와 결합했을 때 사색으로 감상을 일깨우는 행위를 하게 된다. 영혼을 포함한 몸의 모든 조직 상태가 소실점으로 빨려 들어가는 상념의 Feel 은 버릇 이상의 중독으로 상승하여 정체성의 니코틴으로 축적되어 심장에서 갓나온 새피조차 오염되지 않고는 베겨나지 못할 정도가 된 듯 하다.
하지만, 우아한 엔티크형 피에 비한다면 내 피의 과거형은 남루하기 짝이 없다. 추억을 담는 그릇 또한 질기지 못해서 고무줄로 감아 놓은 옛날 편지들의 봉투만 확인해도 얼굴이 화끈거리는 데다가 서재방을 뒤적이다가 책갈피에서 떨어지는 쪽지 쪼가리 조차 감당하기가 쉽지 않다.
연대 좋은 잉글랜드 엔티크 책상은 추억을 담아 가두고 평생을 동반 이사할 만큼 튼튼하지 못할 것 같은 과거형 피의 의식적인 안도일 뿐이다.
나는 아직도 일산가구단지의 모던 엔티크 가구를 수용할만큼 튼튼하지 못하고, 아직도 추억이라 하면 담에 결릴 만큼 슬픈 것들 투성이어서 퀄트 블링킷을 감고 'O Tannenbaum' 을 들을 만큼 행복하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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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11/24 14:14 2004/11/24 14:14
DrunkenSTAR 이 작성.

달의 뜨는 시각

2004/11/23 17:28 / 생활
오늘 태양이 지는 시각 17:16:42
오늘 달이 뜬 시각 15:18:04
(한국천문연구원)


태양이 비켜줘야 달이 수고하는 줄 알았는데...
오후 3시에 달 본 사람?
회사 땡땡이 치고 학동 사거리에 손세차 하러 갔다가, 낮달 봤다...!

늘꿈속에 초승달, 밤에만 술취한 가슴을 도둑질 하는 줄 알았더니 이렇게 성질 급한 줄 몰랐다.
2004/11/23 17:28 2004/11/23 17:28
DrunkenSTAR 이 작성.

프로젝트를 끝낸지 두달째 됐다. 개인적으로는 프로젝트가 생활이고 회사의 입장에서는 프로젝트가 매출인데, 상당히 오랜 시간 놀고 있는 인력으로 포지셔니닝이 되어 버렸다. 더듬더듬 책을 읽고 개인 블로그에 난잡한 글이나 포스팅하면서 노는 것도 슬슬 지겨워질때쯤, 노는 두달 동안 전략팀과 준비한 프로젝트가 80% 이상 가시화되고 있다. 상당기간 대응을 해왔지만, PM 으로써의 준비는 신통치가 않다. 고작, 노트북에 프로젝트용 폴더를 만들어 놓은 것 정도이니, 선을 긋지 않고 노는 포지션은 대담한 줄타기와 별다를 것이 없어 보인다.
일단, 본 프로젝트에 투입되는 인력이 20명 가량 되어 인력셋팅의 일환으로 리쿠루팅을 시작하게 됐는데, 정말! 실망이다.

1. 찔러보기식 이력서 넣기
리쿠루팅 담당자가 호구가 아닌 이상, 이메일 제목만 봐도 알 수 있다.
2. 화려한 이력서
눈이 부셔서 실제로 뭘 했는지 눈에 들어오지 않는다. 포커스에 대한 기본적인 마인드가 없어 보인다.
3. 맞춤법 틀린 이력서
'어드 능력 : 상' --> 어드러케?
'상장과정은 언격한 부모님 밑에서' --> 가족이 IPO 했단 말야?
'재주대학교 OO 학 졸업' --> 재주를 넘으세요.
4. 성의 없는 경력기술
최근 연도부터, 언제부터 언제까지, 어떤 직급에서, 어떤 직책으로, 누가 발주한 어떤 프로젝트에, 무슨 일을, 무엇을 가지고, 어떻게 했는지... 정도는 써야지...
5. 해외여행 및 어학연수
부지기수가 해외여행 갔다오고 어학연수 갔다온다. 가서 무슨 견문을 쌓았는지? 어학연수기간의 커리큘럼은 뭐였는지? 그게 궁금하지 영국, 필리핀 갔다온 건 중요하지 않다.
6. 포맷형 자기소개서
엄격한 부모님 밑에서 자란 성장과정, 조용하지만 나설땐 나선 학창시절, 실수도 있었지만 대부분 칭찬 일색이었던 첫 사회생활 등...
당신의 사상은 무엇인가? 당신을 당신이 말하는데 인색한건지 가난한건지...
7. 정체성의 부제
다정다감하고 형, 언니처럼 보듬어 주는 성격이다, 하지만 카리스마가 넘친다.?
진지하며 말수가 적고 침착하게 일처리를 합니다. 하지만 유머감각이 넘치고 다른 사람 앞에서 떨지 않는 외향적 성격입니다. ?
전략적 일가견이 있어서 전략마케팅도 괜찮습니다만, 앞으로 하고 싶은 일은 PM 입니다. 지금은 기획일도 끌립니다. ?

당신은 어떤 사람이고 무엇을 하고 싶은가?

그대의 경력이 자신한테도 얼마나 자신이 없었으면, 경력기술을 얼버무릴 수 밖에 없었는지, 자신에 대한 사색이 얼마나 없었으면 자기소개서에는 나고 자란 것 이상 말할 것이 없는 것인지...
주목해야 할 점은 아직도 인사담당자는 보수적이라는 것이다. 이력서 대충 내고 면접기회만 주신다면 뭔가를 보여주겠다는 마인드에게는 그 기회조차 주어지지 않는다.
반대급부로, 이런 이력서와 자기소개서는 나에게 자극이 된다. 이 업계의 수준에 대한 일종의 회의는 도리어 경기불황과 포지셔닝으로 인해 놀고 있던 나에게 열광할 수 있는 무언가를 찾게 하는 막연한 충동을 심어준다. 그래서 일까? 현실을 충실히 반영한 체념의 이력서란 말인가?
장기적 경기불황은 허무적인 희망조차도 체념하게 만든다. 경제지수는 순차적으로 그 체념의 수순을 따른다. 선물지수가 오르는가 싶더니 강력한 원화절상의 환율은 밑지는 수출에 기여하고 주가지수는 폭락을 거듭할 것이다. 주가연동형 3억만들기 펀드는 원금회수가 불투명할 것이고 감세조치에 민감한 정책결정자들은 울며 겨자 먹기식으로 감세조치에 들어갈 것이다. 취득세, 보유세, 거래세등의 인하를 기다린 자금은 현물투자는 포기하고 부동산 투자에 다시 열을 올릴 것이다. 예대마진율이 떨어지는 것을 우려한 금융기관은 여전히 대출금리를 내리지 않을 것이고 콜금리만 인하되어 돈가진 기관만 살찌울 것이다.

이력서와 자기소개서는 우리의 이런 현실을 모두 반영하고 있다고 이해하자. 허무의 능선에서 체념의 고개를 넘고 있다고 생각하자 그렇지만, 허무와 체념은 더 이상 낭만주의가 아니다. 현실에 만연된 체념을 인정하고 좋은 시절은 실종됐다고 소주한잔에 시름만 한탄할 것인가?
한나라당이 결사를 걸고 반대를 외치고 있지만, 대안은 무엇인가? 정치적으로 개혁이라면, 경제적으로는 이노베이션이다.
천재적 영웅의 등장이란 없다. 철저히 팀워크에 의해 자극을 받아야 한다. 이건 이것일 수 밖에 없었던 머리속에 폭풍 같은 혼돈을 주입하고 다시 질서를 잡아야 한다. 깨진 적금통장 쯤은 무너진 사랑처럼 생활의 자양분으로 삼아야 한다.
이력서를 쓰는 우리들은 스스로를 이노베이션 해야 한다.

1. 이력서를 다시 써라.
지금까지 썼던 이력서는 모두 버려라, 스스로를 관찰하고, 입가에 웃음을 지우고 당신을 처음부터 다시 기록하라. 과거의 이력서를 놓고 표 따위를 수정하는 오류를 범하지 마라.
2. 구체적인 정체성을 보유하라.
당신은 무엇을 하고 싶은가? 만능 엔터테이너는 General 한 인간이란 뜻이다. 평범함속에 특별함이란, 스스로한테나 가능한 언어도단이다. 남이 볼때는 둘중에 하나일 뿐이다. 차라리, 비행접시만 만들 줄 아는 외계인이 되라. 당신은 무엇인가? 지금부터 남이 만든 스파게티를 맛보는 따위의 블로그를 접고 당신이 끓인 라면에 대한 생각을 블로깅하라, 그것이 그대이다.
3. 역할을 정의하라.
정체성은 역할 책임을 할당 받는다. 무엇인가? 에 대답을 얻는다면 부지불식간에 대답에 대한 역할과 그에 따른 책임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당신의 역할을 정의하고 어떤 목적이 있는지 확인 할 수 있을 때, 남들의 역할을 비판하고 조정할 수 있는 것이다. 아들인가? 아들의 역할은? 딸인가? 딸이라면? 웹기획자 인가? 그렇다면? PM 인가? 어떤 책임이 있는가?
4. 상상하고 모델링하라.
당신은 다락방에 처박힌 예술가가 아니다. 무엇이든 상상하고 상상한 것을 팀과 공유하라, 관계를 맺고 있는 사람에게 자극을 줄 수 있는 상상을 하라, 당신이 하는 일은 회의실에서 결론 내릴 수 없다. 외부를 바라보는 상상을 하라, 그리고 상상을 모델링하라. 모델링 하지 않는 것들은 화장실에서 부들부들 할때까지 문지르는 학술지의 한페이지일 뿐이다. 상상한 것을 모델링하면 그에 대한 개선과 혁신을 생각하게 할 것이고, 답에 가까워지는 것을 느끼게 할 것이다.
5. 열광하라
구겨진 와이셔츠는 반듯한 것보다 열광적이다. 사고의 정중함에서 탈피하라, 사람을 관찰하고, 문제를 쫓아다니고, 일을 만들어라. 열광하기 위해서는 동기가 필요하고 동기부여는 어느날 갑자기 계시되는 것이 아니다. 주위의 모든 것들을 개선하라, 사무실 책상을 개선하고 키보드에서만 놀던 손가락에 펜을 쥐어줘라, 아키텍쳐에 관련된 책을 덮고 세계적 명화에 대한 책을 펼쳐보라. 차이가 발견되는가? 그 차이가 당신에게 열광적인 동기를 부여하게 될 것이다. 열광하는 것은 모세의 기적처럼 천지가 개벽되는 현상이 아니다.

이제 실망적인 현실을 다시 직시하려 한다. 와이셔츠를 걷고 이력서들을 다시 꺼낸다. 혹시, 지나쳤을지 모를 금쪽 같은 역사를 찾아보려 한다. 역사를 다시 찾는 일이나, 이노베이션을 하는 일이나 쉽지 않겠지만, 절실함이 있었을 이력서를 이해하며, 노는 날 형광펜을 들고 다시 살펴보는 작은 시도처럼 성의 있는 실천이 이론을 앞설 것이다.
이노베이션은 의식을 두드리고 문을 열고 나갈 의도를 가진 사람의 용기 있는 실천이다.
2004/11/21 19:19 2004/11/21 19:19
DrunkenSTAR 이 작성.

생활의 사랑

2004/11/19 18:47 / 기억
언젠가 부터 나는 매일 아침마다 쉬지 않고 우울을 얘기한다. 내가 우울을 생각할 수 있다는 건, 아직 병원에서 약이나 연극 같은 것으로 치료를 받지 않아도 된다는 징조이다. 한강 다리를 건너다가 차를 세우고 검은 벨벳같은 강의 조수를 바라볼 수 있는 가끔, 내가 판단하는 우울이 지나쳐서 한쪽 발을 성큼 들어보기도 하지만 요절한 사내의 뒷모습을 오래 남겨 두지는 않는다. 우울을 판단하기란 너무도 쉽다. 일하다가 듣는 유행가 한줄 멜로디에, 혼자 보러간 영화관에서 운좋게 복도쪽 좌석이 걸렸거나, 두번째 읽는 소설책에서 전에 느끼지 못했던 구절을 발견하고 연필로 밑줄을 그던가, 그렇게 하찮은 것들에 희망을 부여하는 나는... 판단하건데, 그때가 우울이다.
우울은 생활의 퇴적물이다. 생활을 파괴할만큼 공포에 휩싸인 우울이 아니라면, 그것이 계속되는 것을 두려워할 필요는 없다. 우울은 어차피 계속될 것이기 때문이다. 우울과 양립할 수 있는 것은 권태, 채념 등이 있지만, 단연 사랑이다. 사랑은 우울과 양립대립쌍이다. 이 둘은 겹쳐서 힘을 발휘하기도 하고 따로 따로 제 힘을 뽐내기도 한다. 한번에 하나씩 오는 양립대립쌍은 없다. 사실, 이때가 가장 두렵다. 생활을 단번에 파괴할 수 있다고 믿는 것들이 양립대립한다는 것은 곧바로 공포가 된다. 이것들은 우리가 잠재시켜 놓은 면역 인자들을 공격해나간다. 공포는 확산되고 괴롭고, 외롭고, 눈물을 흘리며 사랑을 얘기하게 하고 우울을 토해내게 한다. 그런 내가 협오스럽지만, 사랑과 우울은 계속된다.
우리가 사소하게 얘기할 수 있는 사랑과 우울은 거기까지 이다. 사랑이 생활을 파괴하려고 할때, 사람들은 사랑에 핑계를 대지만 파괴의 의지는 사랑을 하는 자에게 있다. 사랑은 영원불멸의 가치가 아니다. 그건 생활에 따라 변하기 마련이다. 따라서 무너진 사랑쯤은 우울처럼 생활의 자양분일 뿐이다. 사랑은 아무나 한다. 먹고, 싸고, 자고, 죽는 것은 생활이지 사랑의 지배 영역이 아니다. 고로, 생활은 아무나 하는게 아니다. 사랑의 크기나 잣대가 제각각 달라 그것이 생활에 강요하는 바가 저마다 다르다 해도 먹고, 죽는 것에 정의가 없으면 사랑의 위력은 생활 앞에 한방울 피, 그것뿐이다.
결국, 술만 마시면 사랑을 떠벌리고 우울을 고양시키는 것이 겉멋의 일환인양 우쭐거렸지만, 생활에 지배당하지 않으려는 가벼운 제스처일 뿐이다. 사랑과 우울의 입장에 서서 생활을 결탁하려 든다면 오히려 사랑하는 사람이거나, 누군가에게서 완전하게 소외 될 뿐이다.
생활의 입장에서 사랑의 선택은 그들의 가족을 내 가족처럼 내 살을 깎아 가족의 살을 찌우게 하고, 병에 걸렸을 때 치료비를 벌어다 주고, 마지막 순간까지 온갖 토사물을 거둬줄 수 있는 것이어야 한다.
2004/11/19 18:47 2004/11/19 18:47
DrunkenSTAR 이 작성.

심야통신

2004/11/18 17:49 / 생활
새벽 3시에 만나는 낯선 고요함에 끌려 당신은 안개 속으로 차를 몰고 들어간다. 마치 밤의 동물원 같아, 하고 당신의 옆자리에 앉은 여자가 말할지도 모른다. 잘 사육되어져 기생충 따위에는 감염되지 않은 동물들의 잠이 그대로 느껴진다. 그들의 잠은 꿈이 없다.
[배수아, '심야통신' 중, 건전한 부르주아의 도시]

그 사람의 차가 나를 발견하지 못하고 나를 스쳐 지나갔다. 그 사람은 영원히 나를 발견하지 않을 것이다. 내가 어디에 있든, 내가 실종되어 썩어 없어져도, 세번째 차에 탔던 남자에게 납치되어 강간당하고 버려져도, 빈방에서 굶어죽어도 그 사람은 나를 발견하지 않은 채 그냥 스쳐 지나가면서 아마 내가 결혼했나 보다, 하고 생각할 것이다. 그 사람의 인생에는 그런 것이 어울린다. 그리고 나는 그렇게 버려지고 살해당하는 게 어울린다.
[배수아, '심야통신' 중, 1999년 네델란드 모텔을 떠나며]



새벽 3시, 고양이가 지나가던 복도 끝에 익숙한 실루엣이 가볍게 손을 흔들고 있었다, 성큼 놀라서 쪼그리고 앉아 담배를 피웠다. 다시 잠을 자려고 공벌레처럼 누웠더니 그 실루엣은 이만치에 서 있는 나를 발견하지 못하고 서글프게 울면서 이름을 불렀다. 나는 손짓 한번 하지 못하고 그 자리에서 그대로 실종되었다.
그렇게 새벽 4시 30분, 더 이상 밤에 잠들 수 없었다.
2004/11/18 17:49 2004/11/18 17:49
DrunkenSTAR 이 작성.

센티멘탈

2004/11/18 13:26 / 생활
자율학습이 한창인 교실, 모의고사 예상 문제지 밑으로 숨긴 편지지엔 또박또박 형용사가 줄을 지어섰다. 두줄로 북북 그어진 애틋함은 새벽별과 함께 고쳐지고 채워졌다.
차가운 마루바닥을 양말도 신지 않고 돌아다니다가 불쑥 불쑥 생각나는 러브레터의 수취인, 지난 새벽 소년과 동반했던 설레임은 순식간에 동강나 버린다. 수취인만 생각하면 편지를 이어 쓸 수 없고, 그 미소에 마땅한 동경을 팔짱 끼울 수 없었던 아침.
새벽별이 밤을 삼키고 달 뒤로 숨으면, 첫 러브레터는 다른 주소를 찾아 가는 수취인 불명이 된다. 유리창처럼 바삭 깨져 휴지통에 들어간 러브레터가 내일 새벽 하늘에 붙어 촘촘히 반짝이던... 1988년부터, 내 센티맨탈은 지구의 자전처럼 버릇이 됐다.
2004/11/18 13:26 2004/11/18 13:26
DrunkenSTAR 이 작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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