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질과 배신

2004/08/30 22:34 /
'웹 프로젝트 관리' 에 대한 컨퍼런스와 특강을 한차례씩 하고 어느 회사에 초빙(?)되어 2시간동안 강의를 했었는데, 지난 19일에 있었던 컴덱스 컨퍼런스를 생각하면 아직도 많은 점이 아쉽다. 이번 컴덱스 컨퍼런스는 50분간 '웹 프로젝트 전략 프로세스와 개발 방법론' 에 대한 스피킹을 하는 것이었다. 기본적으로 강단에 설때마다, 내가 이 자리에 서도 되는지 생각해보지 않을 수 없다. '난 이 자리에 설 사람이 아닌데', '난 잘 모르는데' 라고 속으로 생각함으로 해서 돈을 내고 컨퍼런스에 참석하는 사람들을 배신(?) 할 수는 없다는 생각에서 실제 프로젝트 필드에서 적용했었던 관리 산출물들을 PT 자료에 포함해서 발표하곤 했었다.

방법론이란 것은 흐름(Process), 기법(Tool), 산출물(Deliverable), 평가(Evaluation) 로 구성되어 있다. PMP 의 기초 교재인 PMBOK 의 경우 흐름과, 기법이 강조된 관리 지침서로 볼 수 있다. 프로젝트를 시행하는 회사에서는 나름의 방법론을 가지고 있는데 그 방법론에는 보통 위와 같은 네가지 구성을 모두 갖추고 각 산출물에는 탬플릿을 제공하여 아무개 방법론으로 한 셋트화 시켜서 실제 프로젝트시에 적용하도록 하고 있다. 방법론의 적용은 프로젝트의 효율성을 증대시키는 역할을 한다. 프로젝트의 효과 측면에서 방법론은, 많은 방법론중에서 해당 프로젝트에서 어떤 방법론을 쓰는가? 에서 그 효과성이 판단 되거나, 방법론 운영시 프로세스 및 산출물의 추가, 삭제로 효과를 증대시킨다고 볼 수 있다. 즉, 방법론은 효과적인 프로젝트가 아닌 효율적인 프로젝트를 위한 태생적 전제가 있다고 볼 수 있다.

컨퍼런스에 참가하는 사람들은 보통 두가지 Needs 가 있는 것 같다. 선동가적 인물로 인한 비전공유이거나, 실제 필드에서 산출물이 어떻게 적용되고 그 산출물을 내기 위한 기법은 무엇인지이거나.
컨퍼런스 스피킹을 하는 사람에게는 이 두가지 니즈에 접근하는 시도가 모두 위험천만한 것이다. 비전이란 것은 단기적으로 목표의 공유거나, 중장기적으로 삶의 질적 향상을 도모해야 하는 것인데, 발표 주제에 포커싱된 비전을 제시하거나 매스적 비전만을 제시할 경우에는 듣는 사람들이 모두 사회초보가 아닌 이상 비아냥의 상상력만 키우는 꼴이 된다.
실제 필드에서의 산출물 오픈은 더더욱 위험 천만이다. 방법론이란 것은 PMBOK 처럼 완전 오픈된 것이 아닐 경우에는 회사내부에서 대게가 대외비에 속하는 것들이라 Full Open 이 어렵고, 산출물 기법이나 프로세스 적용 기법들을 공개하자니 자신만의 노하우 같아서 머뭇거리기 마련이다.

이번 컴덱스 컨퍼런스에서는 이전 컨퍼런스나 특강에서 의식하지 않았던 위 두가지 요소가 작용했었고, 고소공포증 같았던 PT 의 긴장감이 사라지면서 얕고 같잖은 매너리즘도 후회할 일에 동참했었던 것이 아닌가 반성을 해본다.
웹 기획자는 파이를 넓혀야 한다는 기치에 선동과 계몽의 역할을 자처했었던 4년전, 진보된 생각들은 계몽에 대한 뒷받침이 부실해지면서 그 직업군의 전문성이 4년전과 지금이 별반 다르지 않다는 생각이다. 달라졌다면, 업무의 분업화가 이루어지고 있다는 정도다. 그것은 선동의 측면에서 개척자적 역할을 해야할 선배들이 치열하게 비전과 투쟁하지 않고 쉽게 자리를 떴기에 기획에 대한 마인드, 계획의 책임감, 대고객 마인드 등이 결여됐고, 특히 효율적인 프로세스와 패러다임에 대한 연구가 없어서 아직도 기초적인 문서 작업, 프로세스의 적용, 새로운 프로세스의 생산등이 제자리 걸음을 하고 있다.

개인적으로는 예전의 진보적이라 생각했던 것들의 실천 중에 하나가 컨퍼런스라고 생각했었지만, 본능적인 자기방어 태세가 자의식의 의지를 꺾어 놓은 꼴이 됐다.

무엇하나 변하지 않는 것은 없다. 하물며 절대가치 - 기준이 무엇인지 알수 없는 - 라는 것들도 결국엔 변하고 만다. 때문에 변한다는 기준 때문에 변절자는 아닌것이다. 변질은 본질의 변함을 얘기하는 것이다. 즉, 사랑하는 것은 같지만, 사랑하는 방법이 달라졌다고 해서 변질 됐다고 말할 수 없는 것이다. 그것은 변질의 한단계 아래 개념으로 배신이라 말 할 수 있고, 신념이란 것은 무본질의 가치이며, 신념이란 가치의 상승 작용은 반드시 본질에 지향점을 두어야 하기 때문이다.

그런 점에서 내 컨퍼런스는 배신이었다는 것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다.
방법론을 설명하며 죽은자식 불알 만지듯 흐름만 짚었고, 필드의 산출물을 공개하면서 항목과 내용이 보이지 않도록 교묘하게 조작했으며, 중요한 대목에서 말을 씹어 버렸다.

책을 준비하겠다면서 본질에 대한 존경심이나, 의지에 대한 신념이 결여된 상태에서 그 목차를 준비하는 일이 잘될리가 없고, 그 책이 나오더라도 의미와 가치를 지닐리가 없다는 것을 반성해본다.
2004/08/30 22:34 2004/08/30 22:34
DrunkenSTAR 이 작성.

잭 다니얼의 꿈

2004/08/27 22:55 / 생활
벌써 3년째 단골인 홍대에 Bar HOME 에서 나는, 잭 다니얼 Jack Daniel 만 마시는 사람으로 기억된다. 명함을 맡기며 수없이 Keep 을 했는데도 가끔 이름을 잊는 바텐더 때문에 지난주엔 처음으로 잭 다니얼이 아닌 JnB zet 를 마시며 이름을 각인시켰다.

인구 11,000 명인 작은 도시 Martin, Tenneesse 는 맴피스나 네쉬빌의 지역방송국 뉴스를 듣는 보수적인 엥글로 섹슨 계열의 사람들과, 알라바마와 미시시피 같은 남부 여러 지역에서 작은 학교로 유학 온 아프리카 아메리칸들과 한국, 일본, 중국에서 온 국제학생들이 백여미터 정도면 시작과 끝이 보이는 다운타운을 중심으로 엉켜 사는 도시다.
나는 이곳에 1991년 겨울, 맴피스 국제공항에서 5시간 동안 픽업올 사람을 불안한 눈초리로 기다리다가 시시껄렁하게 만나서, 시차 적응이 안되어 2시간 가량 북쪽으로 고속도로를 질러 가야 하는 거리를 꼬박 졸다가 도착했었다.

커뮤니케이션을 전공하는 학생들은 한 학기 동안 일주일에 한번씩 학교 라디오 방송국을 팀을 짜서 운영하게 되어 있었다. 돌아가면서 역할 구분을 했었는데 그주에 PD 를 맡았던 나는 DJ 의 말을 제대로 알아 듣지 못해 음악이 나올 타이밍에 사인을 주지 못했고, 마이크가 IN,OUT 되는 사인도 엉망이어서 음악이 나가는데 서로 Argue 소리가 나가기도한 사변을 저지르고...
사고도 이런 사고가 없었다는 교수의 말을 듣고 나는 처음으로 잭 다니얼과 조우하게 되었다.

Hard Liqure Store 점원은 친절하게도 750ml 짜리 잭 다니얼 한병을 누런 종이봉투에 넣어 주었다. 그 종이봉투는 현실감 있는 영화적 이미지였다. 실은 보수적인 이 동네를 포함해서 미국 여러주의 주법 state law 인 '공공장소에서는 술병을 보일 수 없고 마실 수도 없다' 는 것 때문에 생긴 이미지일 뿐이지만, 내 기분은 술이 손에 들어오자 마자 약국에서 박카스 따마시듯 마실 태세 였으니, 점원의 친절함은 나를 범법자로 만들지 않는 은혜를 배푼 셈이다.

학생회관 앞 잔디밭에서 마지막 수업을 빼먹은 채로 5시 부터 잭 다니엘에 취해버린 나는, 망연자실과 창피함, 상처받은 자존심 그로 인해 이건 인종차별 아닌가 까지 자괴와 비하를 연속하게 되었고 그동안 청운의 꿈으로 참고 참아왔던 외로움이 겹치며 서럽게 흐느끼다가, 얼차려를 받듯 좌로 취침, 우로 취침을 자동으로 하고 있었다.

결국, 잭 다니엘이 두세모금쯤 남았을 때 잔디밭에서 술을 마시는 것도 범법행위라며 학교경찰에 질질 끌려갔고 다음날 International students Office Dean 에게 위로 반, 꾸지람 반을 들으며 술은 꼭 종이에 싸서 잔디밭이 아닌 벤치에서 마셔야 한다는 충고만 기억나고 위로와 꾸지람은 하나도 기억이 안났었고, 안난다.

스카치 위스키도, 버번 위스키도 아닌 테네시만의 제조법을 가졌다는 유일한 테네시 위스키인 잭 다니엘은 그 황금 같은 제조법은 알 수 없으나 위스키액을 보관하는 베럴이란 오크통의 고유의 약한 바닐라, 카라멜 향을 간직하고 있어서 언더락스나 스트레이트나 어느 방법으로 드링킹을 해도 부담이 덜하다.
게다가 쌉싸름한 탄산음료와 얼음에 간단히 섞어 마시기에 가장 적합한 위스키이기도 하다.

그 일이 있은 후 3~4개월후에 나는 북부 도시로 장거리 이사를 갔고 피부질환, 신경성 어지러움, 스트레스성 고혈압, 베인상처, 아픈 마음이 있을때마다 학교 벤치에서 코흘리개처럼 훌쩍거리며 종이 봉투에 구깃구깃 싼 8달러짜리 잭 다니엘을 마셨다.

아팠었고, 상처받았지만 그때 키우던 꿈과 지금 키우는 꿈은 다르지 않다는 것을... 와인이나 코냑이 가르쳐 주지 못하는 나만 알고 있는 괘변스런 이유가 있었던 것이다. 물론, 지금은 8달러짜리는 아니지만...
2004/08/27 22:55 2004/08/27 22:55
DrunkenSTAR 이 작성.

1. 어제부터 시작된 통증이 지루했던 몸뚱아리를 모처럼 만에 비상체제로 돌려 놓았다. 게다가 1차 통합테스트도 실패했다. 나는 가만히 앉아 있기로 했다. 당장의 무력함과 고통, 그간의 신열들이 합친 실타래가 후두둑 풀려버린 자세로 그냥 앉아 있기로 했다.

2. 사람이 사랑을 시작할때는 수다스럽고 어수선하다. "어디 사세요?", "무엇하세요?" 그렇게 알고 싶은 게 많은 법이다. 근데 나는 요즘 알고 싶은게 없다. 알았어도, 스스로 묵묵무답이고 겹겹이 쌓인 빨래감처럼 고약한 냄새만 풍긴다.

3. 잭슨폴락의 '연보라빛안개' 를 보면 두가지 이미지가 형상화된다. 모나리자 스마일과 애드 해리슨, 영화 폴락의 이미지로 인해 가끔은 진짜 폴락과 애드 해리슨을 착각하기도 한다. 그 당시 연보라빛이었던 연애의 추억도...


4. 추상표현주의라는 잭슨폴락의 그림은 그에 대한 어떤 감상평을 내 머리속에 대입하지 않고서는 솔직히 도무지 무슨 그림인지 알 수가 없다. 추상표현주의는 그림 자체의 추상이 아니라, 그림을 그리는 행위자체에 의미를 두는 것이기 때문이란 해석도 가능하다. 사람의 생각이 제 각각 우주인데 감상을 탓할 이유는 없지만, 예술이 유명해지는 것도 어찌보면 역사적 필연이나, 정치적 요구로 인할 수 있다는 것은 잭슨폴락의 이해못할 그림과 그의 출신, 그리고 당시 뉴욕언론의 이유있는 스타덤 만들기를 보면 예술자체가 아니라 시대의 통속속에서는 추상화를 이해 못할 것도 없다는 생각을 해본다.

5. 파주로 이사를 갈 생각이다. 대지 120평에 건평 30평짜리 괜찮은 주택 몇채를 인터넷으로 확인했다. 어차피 2년후엔 대학로 근처 조그만 아파트로 들어가야 함으로... 약간의 고립과 격리를 통해서 인생에서 하고 싶었던 몇가지를 이루고 나올 요량과, 나무와 꽃의 생김새와 이름을 외우고, 식혜 만드는 법과 페인트칠 하는 법을 배우고, 낚시와 작은 농사도 짓다가 나올 생각이다.
시골은 들어가기는 쉬워도 나오긴 어렵다는 고등학교 동창들의 말인 즉슨 전세금이 안빠진다는 얘기다. 2년후에 아파트로 들어가고 그대로 계속 안빠지면 적당한 임자가 나타날때까지 별장(?)으로 쓸 수 있겠다는 생각이지만, 아들의 결혼을 지상목표로 설정하신 부모님에게 이런 나의 행동이 설득력이 있는건지는 모르겠다.
노무현이 대통령이 된 이후로 부모님과 난 서로 어떤 설득도 하지 않게 되었고 이유도 분명치 않은 것에 가치관의 골만 깊어졌기에...
주말에 파주에 가서 주택이 있는 자리와 조망은 보고 올 계획이다.

6. 회사가 2분기를 못넘기고 다시 적자전환을 했다는 메일을 받았다.
최근 회사의 양아치 짓에 격분했던 나는 한마디 해줄 수 있다.
"당연하지~"
2004/08/26 20:55 2004/08/26 20:55
DrunkenSTAR 이 작성.

프로젝트

2004/08/25 23:57 /


이젠, 다 그렇다... 란 생각,
약간의 카페인 같은 흥분...

또 하나의 프로젝트가... 거의 끝났고, 일년 내내 프로젝트 했다.
이제,
휴가를 가던가,
입원을 하던가,
회사를 그만두던가...
2004/08/25 23:57 2004/08/25 23:57
DrunkenSTAR 이 작성.

too sick

2004/08/25 19:28 / 생활
와이프가 기다려서 먼저 간 친구의 자리에 와이프와 이혼하겠다는 후배가 와서 앉는다.
아직 결혼은 커녕, 떠나보낸 여자친구의 가느다란 실오라기를 중지에 걸고 바람결에 나풀거리기만해도 덜컥 다리에 힘이 빠져 주저 앉고 마는데...


오늘 너무 아프다, 고객과 점심약속도 취소하고 가슴을 움켜잡고 책상에 누워있었다. 테스트 중이라 자리를 비울수도 없고, 집에서 자리보전하고 누울수도 없고...
그 좋아하는 담배 한대 피우지도 못할만큼... 몸은 앉은뱅이가 되버렸다.
2004/08/25 19:28 2004/08/25 19:28
DrunkenSTAR 이 작성.

처서의 점심시간

2004/08/23 12:49 / 생활
나에게 절기에 대한 기억은 별로 없다. 시차적응이 안된 이방인처럼 도시를 떠도는 유령이 되고부터 계절에 따라 정서가 변하던 센티맨탈리즘은 오후 2시 시외버스를 타고 떠난지 오래다.
청계산에서 배받이를 먹고 탈이난 하루를 빼고, 한달 내내 액셀의 지평선 같은, 계절과는 관계 없는 흉물들과 어울려 지냈다.
그래도 처서라고 뙤악볕을 가깝게 뿌리던 하늘에서 저 멀리 달아난 블루가 흥건하다.
밤새 또박또박 쓴 편지를 부치지 못하고 며칠을 숨겨가지고 다니다가 모퉁이에서 튀어나온 우체통에 몰래 집어 넣은 날처럼,
이 계절엔 가파른 설레임을 기다려봐도 될까?
2004/08/23 12:49 2004/08/23 12:49
DrunkenSTAR 이 작성.

단지.

2004/08/20 18:39 / 생활
IE 덮어 씌웠다고 맛이간 노트북과 너무 아쉬웠던 컴덱스 컨퍼런스 강의... 팀원들과 심하게 먹어준 소주와 맥주의 기억속에 여전히 필요한 알코올의 힘.
금요일, 잭 다니얼이 필요해...
나에게 제주도의 낑깡 같은건 필요없어...
저주해도 하는 수 없는 바로 이 순간... 나에겐 확신만 있을 뿐,
2병정도의 소주와 반병 정도의 잭 다니얼의 추억만 필요할 뿐,
나에겐 그뿐...
소박한 알코올의 휘발성에 추억을 불태울 용기만 필요할 뿐,
와이셔츠와 넥타이를 풀고 청바지를 입고 헤드뱅잉을 할 뿐,

나에겐 단지...
2004/08/20 18:39 2004/08/20 18:39
DrunkenSTAR 이 작성.

사람들의 뒷모습을 삼킨 문이 굳게 잠겨 있다. 비로소 부산스럽던 사무실에 혼자가 되었다. 권태로운 단어의 철학과 심드렁한 원칙의 선동자로 긴장에 긴박함을, 혼란스러움에 복잡함을 더하고 더하던 공간은 그대론데 시간은 어김없이 나를 혼자로 만든다, 그 사실이 순간 새잔해진다.

무엇이었을까, 이 외로움의 시작은... 어머니가 북한산에서 듣고 오신 오래된 사주팔자 때문일까? 잘하고 있다고 생각했지만, 실은 못되먹은 궁극의 인격 때문일까? 철학이 통하지 않는 버르장머리 없는 사람들을 계몽하겠다고 덤빈 신경질 때문일까? 사랑으로 참아내지 못했던 술취한 질투투성이 문자메시지 때문이었을까?
외로움이란 가난한 주제가 나에게 여느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가장 솔깃하게 다가오는 현실이란건, 가을 어귀에 비맞은 우산속에서 모락모락 김오르는 오뎅국물을 얘기할 수 있는 동반자가 없다는 것을 비롯하여 삼겹살 두어점 굽고 싶은 날에 차마 말로 꺼내지 못하는 체면치례가 당장은 그대로 시간에 녹아 부대끼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현실은, 하루끼식의 '절망 같은 이야기 속에서 돌연 COOL 한 자세로 반어하는' 묘미가 없다.

언제나 그랬듯 받아들이기 힘들더라도 지금 이 순간에는 무엇으로 사는가? 명징한 사색을 하지 않을 수 없다.

홍대 클럽의 하룻밤 헤드뱅잉으로 풀수 있는 명제가 아닌것은 확실해 보인다. 조밀한 약속 속에 조잡한 내용물로 정력을 낭비하며 외로움을 달랠 여유는 있는가?
애완견 예방주사 맞힌다고 프로젝트 중간에 휴가를 내는, 그런 타인의 우선순위를 비난하던 나에게 그따위 여유가 있을 턱이 없다. 여유가 있어, 또는 여행의 괘적으로 진정한 무엇을 찾겠다는 것은 나약함을 상징하는 청량감일 뿐이라고 외로울때마다 되뇌이지 않았던가...

문학평론집과 고흐와 고갱의 편지를 뒤적이다가 지쳐 퍼져버리고 과녁없이 시위를 놓은 듯한 컨퍼런스 스피킹 같은 것을 하다보면 내 자신의 무엇은 우연처럼 찾아오는 것이라고 믿고 싶었으나... 때론, 명료한 외로움에 한발 물러서서 절벽의 까마득함을 느끼게 되는 것을 어쩔수 있는 건 아닌가보다. 그럴때면 그 까마득함 보다 더한 꼭두서니 빛으로 내 어두운 뒤란을 비추는 것은 오직 하나인듯, '다시 사랑을 하고 싶다'는... 하지만, 너무 멀리 간, too far away, 사랑에게 흔드는 소리없는 손짓은 로맨틱하지도, 센티맨탈하지도 않아서 불쑥 다가가 목걸이를 걸어 줄 수도 없는 일이다.
그건, 지금 절망 같은 이야기 속에서 돌연 쿨한 자세로 반어하며 사랑을 얘기할 수 있는 페이지가 아니니까...
사랑하고 있지만, 철부지처럼 사랑한다고 불쑥 내밀 수 있는 꼬깃꼬깃한 영수증이 아니니까...

상상속에 결론은 언제나 팔짱을 끼고 사간동이나, 청담동을 걸으며 사람들이 인정하는 시기심을 유발하는 사랑을 하는 것이다. 유치함이야 어떻든간에 나를 찾는 건 유일하게도 사랑이라는 화려한 비탄에 도달하게 되면, 진지하게 시작한 사색은 내 외로움에 대한 이기심으로 밖에 여겨지지 않는다. 계획한 이사는 가지 않고 누군가가 찾아올 것만 같아 별을 세고 골목 어귀를 힐끔거리며 새벽을 맞는 남루한 일상과 무엇이 다른가?
하지만...
너무도 그리운 화려한 비탄.

나는 더 외로와 그 사랑의 슬픈 아름다움을 깨닫고 찾아 갈 수 있어야 한다. 그때, 내 자아가 텅비어 그를 모두 품는 바탕색이 될 수 있을 때까지 외로워하며 우산없이 비를 맞아야 한다.
고독하지만, 아직 슬프지 않고 슬퍼할 겨를도 없으며 누군가가 여전히 곁에 있다고... 그저 조용히 빗물에 눈물을 흘려 보낸다.
2004/08/18 20:55 2004/08/18 20:55
DrunkenSTAR 이 작성.

연자맷돌

2004/08/18 02:20 / 생활
그건 바람이 아니야

내가 널 사랑하는 것
그건 바람이 아니야

불붙은 옥수수밭처럼
내 마음을 흔들며 지나가는 것
그건 바람이 아니야

내가 입 속에 혀처럼 가두고
끝내 하지 않은 말
그건 바람이 아니야

내 몸속에 들어 있는 혼
가볍긴 해도 그건 바람이 아니야
[외눈박이 물고기의 사랑]류시화




내 마음의 사랑을 천칭에 달아

세상의 그 무엇과 비교한다면,

그 언젠가, 저 천길 바다속으로

서서히 침전했던. 연자맷돌


그것과 같으리.
2004/08/18 02:20 2004/08/18 02:20
DrunkenSTAR 이 작성.

여의도

2004/08/17 23:04 / 생활
방금 전, 여의도공원에 절반가량이 내다 보이는 옥상에서 담배를 피우다가 쿵! 하고 승용차 두대가 부딛치는 사고를 목격했다.
순간, 하이카가 다 알아서 해줄까? 란 생각을 했고 차에서 나온 운전자들은 별말없이 어디론가 전화를 했다.

여의도, 어느 길에도 감포로 가는 4번국도에서 7번국도를 찾는 살가운 흥분 같은건 없다.
독립군과 유신의 유령들이 제 정체성을 교집합으로 나눠가지며 좀비로 거듭나는 배경과 진작에 하이카로 바꾸지 않은 포스트모더니즘 군상들의 전경만 있을 뿐.

아~
그래도,
비온 뒤 바람이 분다.
이제 살아봐야 겠다.
2004/08/17 23:04 2004/08/17 23:04
DrunkenSTAR 이 작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