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욱 격해지고 있는 대선 정국과 삼성 비자금 폭로로 인해 아무도 관심 가지지 않는 현실이 있습니다. 예년 보다 뚝 떨어진 기온으로 가슴이 시렸던 시월 한달 동안 두명의 도시빈민이 스스로 목숨을 끊었습니다. 고양시의 노점상 탄압에 비관한 이근재씨는 10월12일에 스스로 목숨을 끊었고, 인천건설노조 소속 비정규직 전기원이던 정해진씨는 10월27일 근로기준법 준수와 노동조합을 인정해 달라는 요구를 마지막으로 분신 사망했습니다. 한미 FTA 반대를 외치며 분신한 허세욱 열사와 경찰폭력에 사망한 하중근 열사의 조의가 채 풀리기도 전에 우리가 일상으로 걷는 거리에서 우리의 이웃들이 비정규직이란 이름과 인간 답게 살려는 외침으로 죽어가고 있습니다. 민주화의 요구와 열망이 있던 6월항쟁 때에도 이렇게 많은 동시대인이 연달아 스스로 목숨을 끊거나 권력의 폭력으로 인해 사망하지 않았습니다. 자본은 인간성과 의식을 잠식해간다고 합니다. 하지만, 우리의 현실은 지금까지 생각해왔던 자본을 처음부터 다시 고민하게 만들었습니다. 자본은 실제로 사람을 죽이고 그 사나운 지배력으로 사람들로 하여금 올바름을 지향해야 할 자유로운 의지를 빼앗아가 버렸습니다. 사람들은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조차 알 수 없게 되었습니다.
허세욱, 정해진 열사는 깨지 말았어야 할 꿈에서 깨어 누구보다 먼저 현실을 깨달아 버렸는지도 모릅니다. 절대 어쩔 수 없는 현실, 그것에 맞서는 자신의 작은 노동이 아무리 필사적이어도 결코 어쩔 수 없는 현실에서 그들의 고독은 번민으로 고통스러웠을 것 입니다. 그가 떠나고 기적처럼 견뎌야 하는 가족들을 보고도 스스로 자신의 몸에 신나를 뿌릴 수 있는 결정은 아무나 할 수 없기에 열사로 불리는 것 조차 모자랍니다. 어느 시대의 시보다 소설보다 더 시적이고 허구적인 현실이 무섭고 슬픕니다.
노점은 누구나 똑같은 목구멍에 그나마 풀칠이라도 해야 하는 어떤 이의 좌판입니다. 여러분은 그 좌판을 없애고 청계천에 꼭 물을 흘려야 겠습니까? 그래야 국가가 대단한 발전을 이루고 글로벌해진다고 생각하는지요. 비정규직 보호법안이 통과된 이후 전보다 보호 받으며 잘 산다는 노동자는 없는데, 왜 노동자들 괜찮다는 정부와 사용자들의 말만 원칙이 되는지 여러분은 아시는지요? 대선보다, 삼성보다 더 중요한 현실이 킴스클럽의 진열대 위에 처분을 기다리는 고등어처럼 펼쳐져 있습니다.
1970년 11월 전태일 열사가 근로기준법을 준수하라며 분신한지 37년 되었습니다. 37년 동안 우리는 민주화를 이뤘고 노동조합도 가지게 되었습니다. 군사 반란 정권을 단죄하기도 했으며 평화적으로 문민 정부를 이양하는 절차적 민주주의도 해보았습니다. 하지만 여전히 거리에는 근로기준법을 준수하라며 분신하는 노동자가 그대로 이고 도시 빈민들은 자본과 권력의 폭행에 스스로를 지키지 못할 지경 입니다. 어떻게 노동자의 외침이 똑같을 수가 있을까요? 그동안 여러번이나 정치적이며 사회적인 시스템이 바뀌었는데 노동자의 깃발은 여전히 핏빛 입니다. 우리는 민주노총, 민주노동당을 한낮 과격 단체로만 치부하고 왜 저들이 저리 싸우는 데도 또 싸우고 또 투쟁하고 죽어가야만 하는지 생각해보지 않는 사회에 살고 있습니다. 권영길이하고 이석행이하고 비자금이라도 삥뜯을라고 하는 것인가요? 허세욱, 정해진, 하중근, 이근재 노동자의 죽음이 아무렇지도 않은 사회는 사회가 아닙니다.
대선, 삼성이 중요한가요? 그렇다면 내년에도 킴스클럽에서 처분을 기다리는 자반고등어가 될 것인지 아니면 자유롭게 심연을 헤엄치는 등푸른 날생선이 될 것인지, 우리들의 선택과 행동이 그렇게 할 것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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