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닌, 이처럼 반시대적이며 잊혀진 이름이 있을까. 레닌이 없는 나라의 알 수 없는 슬픔과 슬픔을 먹고 사는 인민을 개탄하며 한남대교를 건넌다. 겉은 모두 같아서 쉬이 알아 볼 수 없지만 속 빨갛게 살기 위해 열렬한 우리는 모두 동지. 레닌의 서정시, 김산의 아리랑, 눈 감을 때만 보이는 별들의 회오리(진은경)를 보는 그들은 같은 종족. 뒤로 가는 세계를 필사적으로 막아 보려는 그들은 모두 레닌, 그들을 위한 시보다 더 시적인 사건들(신형철)의 점철. 꿈은 결코 지향적이지 않고 다다를 수 없어도 슬프지 않다. 우리의 시린 꿈은 기꺼이 연대하여 외롭지 않다.
레닌의 노래
지워지는 것은 짓밟히는 것
지금도 거꾸로가 아니다
자동차 물결에, 헤드라이트 불빛에
2001년 4월 어느 날 봉천동 밤거리
인파가 자동차에 지워진다
사람이 사는 집도, 건물뿐이다
현실사회주의의 영광과 좌절, 그리고
멸망은 어디로 사라졌을까?
노래는 그렇게 한국형 천민자본주의의
변두리 밤풍경 위로 부유하다가
조금씩 제 무게를 이기지 못해 풍경 속으로 내려앉으며
겹치고, 덜컹댔다, 자동차 앞좌석이 겹침의
계단이. 그리고
광경과 음악의, 덜컹대는 겹침 속에,
드러났다, 모종의 사라짐이.
오 그렇다, 자본주의는 불야성
IMF 외환위기는 연필보다
일상적이고 전쟁보다 더 메마른 단어다
출근은 진한 화장뿐
퇴근하는 뒷모습의
어깨의 표정이 가장 솔직하다. 생계와 화해한
만큼만 그것은 가난하고 안온하다
레닌은 어디에
그의 노래가 그 위로 겹쳐진다
지워지는, 짓밟히는, 메마른
풍경과 질문 위로
레닌은 어디에 레닌은 어디에
그의 노래가 액화,
인간의 조직이 일순 너무나 아름다웠던
시절은 화음의 광채로만 남아
생애가 차라리 슬프다는 풍문에 달한다
레닌은 어디에
레닌은 어디에
그의 노래가 거리 풍경과 살을 섞으며
합쳐진다, 그것만이 위로가 되다는 듯이
그때 우리는 모두 레닌이다
지워진 것들의
[김정환, 레닌의 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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