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식장에서

2007/07/11 09:11 / 생활

정신을 차리고 보니, 그동안 알고 지내던 사람들에게 온통 신세를 진 기분이다. 신세가 대체로 폐를 끼치는 일이다 보니, 결혼이 지닌 감당할 수 없는 무게란 내가 아는 모든 삶을 한자리에 모아서 정중히 신세를 짐을 인사했다는 것이다. 겨우 두 세시간만에 삼십칠년 생활을 구겼다가 편 기분이다. 진선생님 앞에서 후들후들 다리가 떨렸던 이유는 아마도 곧 뒤돌아 내 현재와 과거를 한꺼번에 맞닥들여야 할 먹먹함 때문이었을 것이다. 결혼식장에서는 의지대로 되는게 하나도 없다. 상황이 행동을 조율하는 곳이기에 나는 최대한 보수적으로 행동했고 퇴장하면서 새로운 시작을 하게 된다는 예의 바른 결혼 멘트는 식상하다. 수많은 역할모델이 새롭게 탄생하는 순간이다. 애써 감당을 회피했던 '노릇' 이란 전통적인 굴레를 좋고 싫고 혹은 옳고 그른 어떤 느낌이나 인식도 할 수 없는 순간, 왜 사람들이 여행갈 생각 밖에 안난다는 욕구에 매몰될 수 밖에 없는지 깨달았다. 결혼을 하며 그토록 전통과 고정관념을 거부하며 사는 어떤 타인의 삶이 결코 간단치 않았음을 알게 되었다.

2007/07/11 09:11 2007/07/11 09: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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