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설

2007/01/03 01:42 / 생활

어찌 되었던 2006년을 각설하고 2007년이 되었다. 여전히 나는 지각을 하였고, 미천한 내 직업관은 2006년 12월31일과 크게 다르지 않은 우울함으로 가득했다. 한해의 첫날은 지난해의 모든 상념과 풀리지 않은 갈등만을 각설하지 않는 듯 했다. 올해의 첫날을 맞이하는 나의 자세가 오직 지난해의 삶만으로 각설될 수 없기에 하루를 사는 것은 지난 37년이 기억나지 않는 담담함과 무거운 시간의 속력으로 요약되어 달려오는 것을 온몸으로 받기 위해 단단하게 버티려는 신음이 아니었을까? 그러므로 올해는 내년 이 시간에 각설될 38년의 순간들을 생각하며 힘을 쭉 뺀 한해를 보내는, 그야말로 가벼운 계획을 세워본다.
그러고보니, 정말 나에게 필요했던 영양제가 이 힘빼기 였지 않았을까, 한번도 힘뺀다는 생각이나 계산을 해보지도 않았으니 말이다. 특별하지도 않으면서 특별한 존재로 기억되기 위한 가식적인 노력들을 하지 않으면 그 에너지를 그동안 느껴보지도 만져보지도 못한 곳에 쓸 수 있겠구나 까지 염두에 두지 말고 ... ... 가식적인 노력을 하지 않는다, 까지 깔끔하게 끊어 보는 힘빼기. 사실 뒷부분은 다소 정치적이다. 게다가 힘뺀다고 생기는 에너지가 생체적으로 분량을 가늠할 수 없는 열정 같은 것일 테고 그것을 어디 다른 곳에 써야 한다는 염두 자체가 갈등이다. 완전연소되는 매카니즘을 만들기 위해 또 얼마나 많은 노력을 기울일 것이며, 그 완성을 위한다는 명분 때문에 담보물이 필요해졌을 때, 그때 나의 자세는 분명 힘빼기의 본질과 다를 것이다.

어차피 내 인생은 그렇게 앞서 가지도 잘나지도 않았다. 다만 누군가가 내 인생을 과대포장해주는 것을 말리지 않은 것은 암묵적 동의와 같고, 그 동의 앞에서 과대포장을 더 깔끔하게 마감할 수 있도록 소스를 조금씩 떨어 뜨리는 행위는 마땅히 반성하고 비판 받아야 한다. 명예를 지키기 위한 최소한의 행위에 대한 어떤 접점을 나는 가지고 있지 않다. 행여 남들로 인해 키워진 나의 사회적 어떤 명예가 있다면, 그것을 적정하게 제한하지 않은 이유가 반드시 있을 것이다. 나는 그것을 과장된 지위를 이용하려는 속셈으로 귀결지을 수 있다.
나는 매우 정치적인 인간이다. 개인에게 일어난 사건이 다른 개인이나 조직에 미칠 영향을 생각하고 결론을 내린다. 사건이 미칠 영향을 흘려 보내거나 이용하고 제한하는 활동을 함으로서 조직 내의 여러 사안들이 어떻게 변화하는지, 어떻게 변화될 것인지 예측하고 관찰한다. 나는 이 모든 활동을 파워게임으로 규정하였고 그 동향을 예의 주시하여 이데올로기와 관계 없이 정치적 수단으로 이용가치를 판단하고 분류하였다. 이 모든 과정에 나의 촉수는 온힘을 다하였다.
생각해보니 나의 인생은 대체로 사회적인 관점에서 지각생이다. 대학도 늦게 갔고, 군대도 늦게 갔다. 게다가 금융기관에서 조차 거래를 꺼려 하는 미혼인데다가, 이념적으로도 지각생이다. 나는 이 모든 것을 극복해야 한다는 가열찬 관념보다는 더 배울 것이 많다는 낭만주의에 아쉬운 소리를 할 참이다. 지각생이니 많은 부분이 독학이다. 하지만. 부처가 아니니 깨닫지도 못했고, 공자가 아니니 고개를 숙이지도 못했다. 힘을 빼면 자연히 비워지고 뻣뻣했던 것들이 물렁해질지는 아직 모른다. 겨우 각설한 한해의 첫날이다.

2007/01/03 01:42 2007/01/03 01:42
DrunkenSTAR 가 씀 jackrhee@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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