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기블로그

2005/11/21 21:58 / 생각
인기 블로거는 아니지만, 인생의 이런 저런 돌이 쌓여 있는 심도의 바닥에는 사상이 있어 절제된 속물 근성이 있다. 어떻게 하면 블로그가 인기 있을까? 다른 인기 블로그 처럼 하루 평균 수천명이 유동하게 하는 방법은? 근성은 제 뜻에 맞는 의미 있는 항변을 내 놓는다. 하지만, 그 항변에 대해 나는 비교적 담담한 편이다. 내 블로그가 나의 대변자 역할을 한 이후로 최초로 가졌던 야성은 그야말로 '자유로운 써내려가기' 였기 때문이다. 내가 써내려가는 단어의 연속성과 형이상학적인 이상한 구조를 견디지 못하는 방문자의 면전 항변을 들을 때가 있다. 그 항변을 통해 내가 최초에 가졌던 야성은 이성과 정치로 변질되고 있음을 느끼게 된다. 변질은 실패를 의미한다. 머리속에 공평하게 분배되어 있는 생각을, 그 생각으로 오롯이 써내려갈 수 없는 좌절에 직면하게 되면, 뇌속에 없는 텍스트가 그저 블로그를 꾸미는데 집착하게 된다. 이 지점에 '그럼, 자물쇠있는 일기장을 사세요.' 는 참으로 반박하기 힘든 반론으로 성립된다.
고민하되 좌절하지 말 것을 스스로 당부하는 것은 블로그를 한다, 즉 블로깅의 행위 결정이 이미 내 정체성에 대한 성찰을 더 이상 다락방에서 하지 않겠다는 유의미를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한 유의미성은 수많은 댓글과 방문자를 필요로 하는, 인기에 대한 무의식적인 근성을 수반할 수 밖에 없다. 블로그의 트랜드는 자신의 생각의 단편에 달리는 댓글을 보고 복잡한 신경세포의 움직임을 통해 느끼고, 웃고 울고 화내고 자랑하며 댓글에 댓글을 쓰는 동안 정체성의 빠진 블록을 맞춰가는데 있다.


아무리 공평하고 사심없는 써내려가기를 한다며 야성을 외치더라도 불평등에 관한 멱수곡선(Power law curve)에 의해 수많은 블로그는 몇 사람에 의해 읽혀지고 소수의 블로그만이 수많은 사람들에게 읽혀진다. 멱수곡선에 의한 스타 시스템은 블로깅에 대한 최초의 기회평등을 가장한 블로그 시스템의 도발과도 같다. 다수결에 의한 사회적 합의가 가장 민주적인 시스템으로 알고 있는 비평등주의자들에 의해 평범한 블로거들은 실존의 문제에 직면하게 된다.
오직 누리꾼의 숫자에 의해 여론을 훼방하는 언론의 도움도 한 작용함으로써 퇴고에 의한 견고한 주장은 차츰 사라지고 있다.(댓글은 있되 트랙백은 없다. 왜냐하면 트랙백은 그 글에 대해 댓글보다 오래 생각해야 하기 때문에) 타인에 의한 조망이 끊겠을 때 느끼는 외로움은 고독이 아니라 실존에 대한 불안감이다. 댓글에 대한 의지로 인해 생기는 일종의 증후군이다.

인기 블로거들은 이런 증후군을 어떻게 관리할까? 일시적인 실존적 불안감을 해소하기 위해 글쓰기를 서두르는 것일까?
앤디 워홀의 관심 없는 말투가 생각난다. '미래에는 누구나 15명에게는 유명해질 것이다.'
2005/11/21 21:58 2005/11/21 21:58
DrunkenSTAR 가 씀 jackrhee@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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