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간만에 자유 표현의 의지를 몸소 보여준 어른이 있어 환영할만 하다. 그는 조영남이다. 전기톱을 든 정부와 숲속에서 몰래 활시위를 당기고 있는 네티즌들이 나타나기만 하면 자르고 뚫어 버릴 기세를 하고 있는 전국민 무조건 흥분 시기에 '친일선언'을 하고 나섰으니, '맞아 죽을 각오'를 하긴 한 모양이다. 선언만 하지 않았을 뿐, 죽을 각오로 적산가옥문서를 쥐고 대동아 전선에 이바지할 궁리에 목구멍이 쉬는 극우 기득권의 과거사 진상규명법에 비하면 개천에서 용나듯 청량감 넘치는 선언에 다름없다.
희대의 딴따라 조영남이 딴따라 기절 넘치는 문체로 알다가도 모르게 때로는 천진난만 하기까지한('일본에서 제일 가고 싶은 곳이 여고생 포르노 촬영장이다' 라니까...) 솔직함으로 쓴 책은 그가 한일 교류 단체로 부터 후한 대접을 받으며 다시 보게된 일본에 대한 문화기행기 정도로 밖엔 보이지 않는다. 아스쿠니의 규모에 속았다느니, 신사참배! 얼마나 멋진 일인가, 라는 그의 표현은 조금만 삐딱하게 보면 일견 가능할 듯도 싶다. 민족적 사상의 결여나 역사의식의 조악함 등 가져다 부치면 다 맞는 반일 사상어로 공격하자면 조영남의 표현의 자유는 맞아 죽기 딱 좋다.
그런 친일선언이 개천에서 용나다가 이무기 된 건, 얇팍한 철학을 가지고 있더라도 할말하면 들을 사람이 있는 위치의 사람이 무식하게 표현을 했다손 치더라도, 거기까지 가진 않았지만 굳이 더 나아가 그 쌍스러움이 사악한 의도가 가득하다고 하더라도... 금새 상기된 얼굴로 '안했다고' 손사래를 칠 건 무언가... 자반 고등어 일색인 할인마트에 서슬 퍼런 은비늘 산 고등어처럼 친일 선언한 김에 '일본이 한수위' 라고 덧부쳐본들 달라질게 무언가...
지역감정 살려서 어떻게든 기득권을 유지해야 하는 정권 앞에 화개장터에서 영,호남 사람들 만나서 사이좋게 살아보자고 반정권적 행위를 자행하던 양반이 '나는 일본을 배우는 친일이오' 라고 외쳤으면 진중권의 가벼움('가령 일본 시마네현이 독도를 자기 땅이라고 선포한다면, 우리 쪽에서는 “시마네현의 울릉군으로의 편입을 축하합니다”라고 대꾸해주며, 시마네현을 시마네면으로 개칭하여 울릉군 시마네면(面)의 면민들에게 울릉군의 명예 군민증을 선사해주면 될 일이다.' 라고 한...)처럼 대해 주었다면, 어차피 심오한 진보적 사상의 문체나 네셔널리티한 보수적 규범의 문체가 되지 않는 딴따라 아니었던가?, 그의 자유 표현의 의지는 얼마나 명쾌한 다름인가. 비꼬았다는 확인불명의 해명을 통해 다름을 환영하고픈 마음이 싹 가시는 것은, 역시 책을 내려면 묵직함 보다는 센세이션해야만 성도 차고 주위도 끌고 돈도 벌고 일석삼조하는 짧은 사유의 일그러진 표상이라 판명되기 때문이다.

지금 민족과 국가에 무엇을 기대하겠는가? 독도도 지키고 배용준도 지켜야 하는 이 절명의 시기에 어디 감히 친일 선언을 하는 책도 모자라서 우익 신문과 인터뷰를 하는가, 언제부터 우리 민족이 중용했고 똘레랑스 했던가? 표현의 자유가 있어 사상을 주장했으면 다름이 있는 대중에 대해서도 오롯이 투쟁할 수 있는 강철대오가 있어야 하지 않은가, 그것 없이 민족의 이름 앞에, 민족주의 앞에 무조건 분신을 불사하는 대중 앞에 떳떳하려 했다니... 안타까울 뿐이다. 다만, 내공이 약한 그저그런 어른으로 남기 딱 좋은 조영남의 손사래를 통해 사유의 노동이 부족한 근력은 외부 에너지에 의해 얼마나 부자유스러워지는지 정밀하게 알았을 뿐이다.
2005/04/25 21:33 2005/04/25 21:33
DrunkenSTAR 가 씀 jackrhee@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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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지미 2005/04/28 18:23  편집/삭제  댓글 작성  댓글 주소

    이래서 말, 글, 그림, 행위의 각종 표현의 책임이 무겁다는 거야. 자신의 표현에 대해 모두에게 상통할 수 있다면 다행이겠지만, 자신이 의도한 바가 아닌 표현의 이해까지도 일일이 찾아다니며 해명할 수 밖에 없다면 결국 겉으로 내놓으면 안된다니까. 긍정하거나 부정하지도, 해박하지도 무식하지도 않는 최선은 '침묵'일 수 밖에..

  3. Jack 2005/04/28 19:22  편집/삭제  댓글 작성  댓글 주소

    표현의 자유는 누구에게나 보장되어야 하고 어떤 표현이건 비판하고 비판 받을 수 있는 것,
    침묵은 대안이 아니라고...

  4. 2005/04/29 11:00  편집/삭제  댓글 작성  댓글 주소

    흐음..역시 "타이밍"일세..
    형~ 담주에 술한잔 하자구.. 이 현학적 멘트들..올만에 보니 반갑네 그려..
    소주에 빠지고, 현학에 빠지고, 우정에 빠지고..마구 빠져보옵시다~ ㅋㅋ
    근데, 과거에는 빠지지 맙시다..^^

  5. Jack 2005/04/29 15:12  편집/삭제  댓글 작성  댓글 주소

    엉~ 담주에 한잔 하자...
    衒學이 아니라 깊고 미묘한 玄學 이었으면...
    과거에도 좀 빠지면 어때? ^^

  6. 나이스빌리 2005/04/29 15:44  편집/삭제  댓글 작성  댓글 주소

    이런 글.. 현학적인 글인가? 암튼 오랜만이네...
    술은 조금만 마시구...^^

  7. Jack 2005/04/29 16:15  편집/삭제  댓글 작성  댓글 주소

    마저... 하하하~
    젠장, 나르시즘이었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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