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상한 평화

2005/04/24 16:40 / 생활
가족의 일부분은 서로 거리를 두고 적당히 간섭하고 따로따로 소풍을 다니며 반쪽 사진을 쌓아간다. 아직은 아프지 않고 아직은 깨끗하다. 복선을 두고 일을 꾸미고, 되는 것과 되지 않는 것의 전제 조건과 해결방법의 정치성이 실무에 영향을 미치는 과정을 깨닫고 나면 깊게 고민하는 엄살만 가지고도 위험요소를 관리할 수 이다. 아직은 착한척 아는척 할 수 있다. 아카시아 향기가 나던 날 저녁에 이사를 와서 벌써 3년을 살고 있는 청릉윗길을 내려와 대형 수퍼마켓에서 간단하게 조리할 수 있는 스파게티와 만두봉지를 계산하고 외상장부가 있는 세탁소에서 와이셔츠와 바지를 찾아서 느릿느릿 이 언덕에서 좌절하며 비틀대던 발자국을 그대로 밟으며 오른다. 아직은 잊지 못하고 아직은 덤덤하지 못하는 이별이 있다. 하지만 대충...
사는게 쉽다는 생각이 들 만큼 고요하다.

이제 엊그제 잠깐 나온 물음에 답을 할 차례다.
"전 아직 순수한가 봅니다."
녹슬기 마련인 취미도 가지지 않고, 부대끼는 운동도 하지 않고 사람과 분리되서 지내는 방부제 같은 주말이 있기에 나는 아직 평화롭다. 전화기도 입출금 통장도 바지 가랭이도 간의 ADH 분비도 가열참없이 평화롭다.
2005/04/24 16:40 2005/04/24 16:40
DrunkenSTAR 가 씀 jackrhee@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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