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티브에게

2005/03/19 19:20 / 편지
네가 죽었다는 소식을 오늘 들었다. 주차장에서 차에 시동을 거는 순간... 벌써 며칠이 지났다고... 네 살갖이 내 살갖과 부대끼던 10년전의 시간을 거슬러 너는 나에게 이런 소식을 전하는 구나. 살아 있을 때는 소식 한번 없던 네가, 죽어서 비로서 말을 건네다니...
겨우 서른, 흐린 눈을 부비고 나니 너와 나의 10년의 공터가 새삼 서운하고 서글프다. 이제 슬퍼도 울 수 없는 공터가 되버렸다. 너를 끔찍이 사랑하던 네 누나와 너를 보살피지 못해서, 가슴 한켠을 너에게 내주지 못해서 내내 어둡기만 하던 네 아버지... 너를 보내고 기적처럼 견디고 있을 것을 생각하니 목구멍에서 가시가 돋는다. 이제서야 네가 보고 싶구나, 어떻하다가... 지지리도 운도 없고 지지리도 못난 녀석아...
또 한 10년쯤 지나서 네가 죽은 뉴욕의 어느 에비뉴에서 만나면 대번에 알아볼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는데, 그 시간이 되면 네가 묻힌 묘지가 날 기다리겠구나. 잘 살기를 바래, 무엇보다 건강하기를... 그런 막연함이 너에게는 통하지 않겠구나.
너와 내가 아슬아슬 하게 보냈던 시절만이 잿더미로 남아 뜸금 없는 어느날 무턱대고 생각나겠지, 해픈 웃음을 짓다가도 네 죽음이 두르마리 화장지처럼 풀리는 날이면, 목이 메어오겠지... 마치 내 허망한 질주를 탓하듯... 매 순간 목숨처럼 살다가도 그것이 없으면 무슨 소용일 건지, 그렇게 너는 나에게 또 하나의 빈집이 되는 구나.


1993년 봄, 네쉬빌 테네시 ~ 2005년 3월 8일
2005/03/19 19:20 2005/03/19 19: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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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hans 2005/03/20 20:30  편집/삭제  댓글 작성  댓글 주소

    1999, Spring, Sante Fe, 뉴멕시코의 태양아래 花石이 되어..
    2005, Spring, Seoul, ...still m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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