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행선에서...

2005/02/19 13:29 / 생활
옆에 타고 있는 사원 K 에게 '나는 스피드가 싫다' 는 얘기를 하고 있었다. 워크샵을 가는 내내 난 투덜거렸다. 미친듯이 내렸다는 눈도 볼 수 없는 밤 9시 30분의 영동고속도로가 싫었고, 먼저 도착해서 돼지고기를 굽고 있을 군불도 싫었고, 도착하면 퍼석하게 굳어 있을 갖은 고기들도 꼴보기 싫어서 투덜거렸다. 난 그랬는데, 실은 봉평이란 동네가 좋다. 좋은 걸 그냥 좋다고 하지 못하는 진절머리나는 시니컬 때문에 사원 K 는 스피드가 왜 좋지 않은지? 조차 물어보지 못하고 있었다. 사원 O 에게로 부터 사원 K 에게 전화가 왔지만, 사원 K 는 무서워서 말도 못 부치겠어요, 라고 나직히 얘기하고 있었다. 난 사원 K 를 비롯해서 사원 O, 사원 C, 사원 L 들을 무척이나 좋아하는데, 내 사랑 방법은 누구에게나 거부감 투성인지도 모르겠다.
말이 씨가 되려나, 군불이 꺼져 있고 고기는 맛은 고사하고 씹기 조차 민망스럽게 변해 있었다. 거푸 술을 마시고 '그러지 말자, 그러지 말자' 마인드를 조절하다가 어느덧 잠이 들었고, 새벽같이 일어나서 솔찮이 내리는 눈을 보았다. 멀리 태기산이 내준 허리, 거기에 불사조 공원의 슬로프가 있었고 눈안개가 쏟아 오르는 것이 보였다. 냉큼 담배를 비벼 끄고 시동을 걸었다. 왠지 이곳이 슬펐다. 다시 고속도로. 상행과 하행의 엇갈림, 나는 상행에 있다. 길 위에 있다는 것이 왜 이렇게 슬픈 것일까...
주변에 있는 것들을 하나씩 팔아 치워가면서 섬득섬득 불길한 느낌이 든다. 보험은 들어놨지? 먼지 먹은 증서를 털어내보고, 깨끗이 깨끗이 몸을 닦아가면서 설명할 수 없는 가파른 고립감에 시달린다. 내가 만들어 낸 것인데도, 그것을 탓하는데 너무 익숙한 자세는 무모하리만큼 날 방어하려고 한다. 빌어먹을... 심장이 뛴다. 아직은 살고 싶은 게다. 그래서 눈물이 난다. 젠장... 살고 싶은게 너무 슬픈 게다... 이렇게 엇갈린 고속도로에서 그래도 살고 싶은게... 슬픈게다...
2005/02/19 13:29 2005/02/19 13: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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