질주, 그 허망함

2005/08/14 17:26 / 생활
비가 온다더니, 새가 날고, 사람들의 손은 가볍다. 책을 들고 있지 않아 가볍고 쓰고 있지 않아 멍청한 내 손은 어그레시브의 어그레시브해진 호르몬에 결박되어 있다. 그것의 그것으로, 부정의 부정으로 어린 시절 뱀이 지나다녀 생긴 지문을 볼 시간이다.
부산하던 꿈은 차츰 질서가 잡힌다. 덩달아 서랍의 밀도가 꼼꼼해진다. 질서와 밀도의 축이 정비례 될 수록 삶은 루시드해진다. 하지만, 존재가 당연한 순간, 혼란의 촉발도 당연시 되는 순간이기도 하다. 위태한 시절의 질주는 그 허망함을 알수록 유혹적이다.
우울한 상태는 무거운 모든 것과 연결되어 있다. 무거운 공기, 무거운 비, 무거운 낙엽... 꿈이 질서가 잡히는 순간, 준비된 밀도와 겹쳐서 다시 존재가 가벼워진다. 다시 달리고... 다시 허망하고...

나는 지금을 다른 열매가 수확해야 할 시간으로 본다. 누구도 염두에 두지 않았던 꽃을 피워야 할 시간으로 본다. 따라서 밭을 뒤집어야 할 시간으로 본다. 어디서부터 여기까지 질주를 하고 돌아온 나의 늙은 영혼이 호미를 든다. 쪼그리고 앉아 밭을 뒤집는 동안 가장 낮은 곳에서 허망함을 잊는다.

혼란하다. 그리고 암울하다. 그래서 주말엔 아무 생각도 아무것도 할 수 없다. 멍청함이 곧 휴식이다. 강원도 홍천에 가야 했지만, 일어나 물리적인 것 조차 질주를 거부하고 누워 버린다. 땅은 잘 있겠지.
2005/08/14 17:26 2005/08/14 17: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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