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득, 서럽다.

2004/11/25 19:39 / 생활
옥탑 위에 빤스를 널던 여자가
혼잣말 한다.
'오늘 빨래 잘 마르겠다.'
문득, 나는 서럽다.

이리저리 밀려 여기까지 왔건만,
내가 외상졌던 그 세월들
서러운 내 청춘.

말라가는 깃발을 보며
아득한 뒤도 돌아보지 않고 여기까지 왔건만,
진작, 돌아갈 곳 없는 세월을
눈치채지 못한 청춘아

문득, 서럽다.

빤스를 향해 날으려 하는 것들은
모래주머니를 먹는다.
돌아 갈 수 없는 청춘을 먹이 삼아
잘게 잘게 부셔서

날개짓이 무뎌져도
외상지는 세월만 모래주머니에
잘게 잘게 부슨다.

문득, 나는
서럽다.
2004/11/25 19:39 2004/11/25 19: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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