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젝트를 끝낸지 두달째 됐다. 개인적으로는 프로젝트가 생활이고 회사의 입장에서는 프로젝트가 매출인데, 상당히 오랜 시간 놀고 있는 인력으로 포지셔니닝이 되어 버렸다. 더듬더듬 책을 읽고 개인 블로그에 난잡한 글이나 포스팅하면서 노는 것도 슬슬 지겨워질때쯤, 노는 두달 동안 전략팀과 준비한 프로젝트가 80% 이상 가시화되고 있다. 상당기간 대응을 해왔지만, PM 으로써의 준비는 신통치가 않다. 고작, 노트북에 프로젝트용 폴더를 만들어 놓은 것 정도이니, 선을 긋지 않고 노는 포지션은 대담한 줄타기와 별다를 것이 없어 보인다.
일단, 본 프로젝트에 투입되는 인력이 20명 가량 되어 인력셋팅의 일환으로 리쿠루팅을 시작하게 됐는데, 정말! 실망이다.

1. 찔러보기식 이력서 넣기
리쿠루팅 담당자가 호구가 아닌 이상, 이메일 제목만 봐도 알 수 있다.
2. 화려한 이력서
눈이 부셔서 실제로 뭘 했는지 눈에 들어오지 않는다. 포커스에 대한 기본적인 마인드가 없어 보인다.
3. 맞춤법 틀린 이력서
'어드 능력 : 상' --> 어드러케?
'상장과정은 언격한 부모님 밑에서' --> 가족이 IPO 했단 말야?
'재주대학교 OO 학 졸업' --> 재주를 넘으세요.
4. 성의 없는 경력기술
최근 연도부터, 언제부터 언제까지, 어떤 직급에서, 어떤 직책으로, 누가 발주한 어떤 프로젝트에, 무슨 일을, 무엇을 가지고, 어떻게 했는지... 정도는 써야지...
5. 해외여행 및 어학연수
부지기수가 해외여행 갔다오고 어학연수 갔다온다. 가서 무슨 견문을 쌓았는지? 어학연수기간의 커리큘럼은 뭐였는지? 그게 궁금하지 영국, 필리핀 갔다온 건 중요하지 않다.
6. 포맷형 자기소개서
엄격한 부모님 밑에서 자란 성장과정, 조용하지만 나설땐 나선 학창시절, 실수도 있었지만 대부분 칭찬 일색이었던 첫 사회생활 등...
당신의 사상은 무엇인가? 당신을 당신이 말하는데 인색한건지 가난한건지...
7. 정체성의 부제
다정다감하고 형, 언니처럼 보듬어 주는 성격이다, 하지만 카리스마가 넘친다.?
진지하며 말수가 적고 침착하게 일처리를 합니다. 하지만 유머감각이 넘치고 다른 사람 앞에서 떨지 않는 외향적 성격입니다. ?
전략적 일가견이 있어서 전략마케팅도 괜찮습니다만, 앞으로 하고 싶은 일은 PM 입니다. 지금은 기획일도 끌립니다. ?

당신은 어떤 사람이고 무엇을 하고 싶은가?

그대의 경력이 자신한테도 얼마나 자신이 없었으면, 경력기술을 얼버무릴 수 밖에 없었는지, 자신에 대한 사색이 얼마나 없었으면 자기소개서에는 나고 자란 것 이상 말할 것이 없는 것인지...
주목해야 할 점은 아직도 인사담당자는 보수적이라는 것이다. 이력서 대충 내고 면접기회만 주신다면 뭔가를 보여주겠다는 마인드에게는 그 기회조차 주어지지 않는다.
반대급부로, 이런 이력서와 자기소개서는 나에게 자극이 된다. 이 업계의 수준에 대한 일종의 회의는 도리어 경기불황과 포지셔닝으로 인해 놀고 있던 나에게 열광할 수 있는 무언가를 찾게 하는 막연한 충동을 심어준다. 그래서 일까? 현실을 충실히 반영한 체념의 이력서란 말인가?
장기적 경기불황은 허무적인 희망조차도 체념하게 만든다. 경제지수는 순차적으로 그 체념의 수순을 따른다. 선물지수가 오르는가 싶더니 강력한 원화절상의 환율은 밑지는 수출에 기여하고 주가지수는 폭락을 거듭할 것이다. 주가연동형 3억만들기 펀드는 원금회수가 불투명할 것이고 감세조치에 민감한 정책결정자들은 울며 겨자 먹기식으로 감세조치에 들어갈 것이다. 취득세, 보유세, 거래세등의 인하를 기다린 자금은 현물투자는 포기하고 부동산 투자에 다시 열을 올릴 것이다. 예대마진율이 떨어지는 것을 우려한 금융기관은 여전히 대출금리를 내리지 않을 것이고 콜금리만 인하되어 돈가진 기관만 살찌울 것이다.

이력서와 자기소개서는 우리의 이런 현실을 모두 반영하고 있다고 이해하자. 허무의 능선에서 체념의 고개를 넘고 있다고 생각하자 그렇지만, 허무와 체념은 더 이상 낭만주의가 아니다. 현실에 만연된 체념을 인정하고 좋은 시절은 실종됐다고 소주한잔에 시름만 한탄할 것인가?
한나라당이 결사를 걸고 반대를 외치고 있지만, 대안은 무엇인가? 정치적으로 개혁이라면, 경제적으로는 이노베이션이다.
천재적 영웅의 등장이란 없다. 철저히 팀워크에 의해 자극을 받아야 한다. 이건 이것일 수 밖에 없었던 머리속에 폭풍 같은 혼돈을 주입하고 다시 질서를 잡아야 한다. 깨진 적금통장 쯤은 무너진 사랑처럼 생활의 자양분으로 삼아야 한다.
이력서를 쓰는 우리들은 스스로를 이노베이션 해야 한다.

1. 이력서를 다시 써라.
지금까지 썼던 이력서는 모두 버려라, 스스로를 관찰하고, 입가에 웃음을 지우고 당신을 처음부터 다시 기록하라. 과거의 이력서를 놓고 표 따위를 수정하는 오류를 범하지 마라.
2. 구체적인 정체성을 보유하라.
당신은 무엇을 하고 싶은가? 만능 엔터테이너는 General 한 인간이란 뜻이다. 평범함속에 특별함이란, 스스로한테나 가능한 언어도단이다. 남이 볼때는 둘중에 하나일 뿐이다. 차라리, 비행접시만 만들 줄 아는 외계인이 되라. 당신은 무엇인가? 지금부터 남이 만든 스파게티를 맛보는 따위의 블로그를 접고 당신이 끓인 라면에 대한 생각을 블로깅하라, 그것이 그대이다.
3. 역할을 정의하라.
정체성은 역할 책임을 할당 받는다. 무엇인가? 에 대답을 얻는다면 부지불식간에 대답에 대한 역할과 그에 따른 책임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당신의 역할을 정의하고 어떤 목적이 있는지 확인 할 수 있을 때, 남들의 역할을 비판하고 조정할 수 있는 것이다. 아들인가? 아들의 역할은? 딸인가? 딸이라면? 웹기획자 인가? 그렇다면? PM 인가? 어떤 책임이 있는가?
4. 상상하고 모델링하라.
당신은 다락방에 처박힌 예술가가 아니다. 무엇이든 상상하고 상상한 것을 팀과 공유하라, 관계를 맺고 있는 사람에게 자극을 줄 수 있는 상상을 하라, 당신이 하는 일은 회의실에서 결론 내릴 수 없다. 외부를 바라보는 상상을 하라, 그리고 상상을 모델링하라. 모델링 하지 않는 것들은 화장실에서 부들부들 할때까지 문지르는 학술지의 한페이지일 뿐이다. 상상한 것을 모델링하면 그에 대한 개선과 혁신을 생각하게 할 것이고, 답에 가까워지는 것을 느끼게 할 것이다.
5. 열광하라
구겨진 와이셔츠는 반듯한 것보다 열광적이다. 사고의 정중함에서 탈피하라, 사람을 관찰하고, 문제를 쫓아다니고, 일을 만들어라. 열광하기 위해서는 동기가 필요하고 동기부여는 어느날 갑자기 계시되는 것이 아니다. 주위의 모든 것들을 개선하라, 사무실 책상을 개선하고 키보드에서만 놀던 손가락에 펜을 쥐어줘라, 아키텍쳐에 관련된 책을 덮고 세계적 명화에 대한 책을 펼쳐보라. 차이가 발견되는가? 그 차이가 당신에게 열광적인 동기를 부여하게 될 것이다. 열광하는 것은 모세의 기적처럼 천지가 개벽되는 현상이 아니다.

이제 실망적인 현실을 다시 직시하려 한다. 와이셔츠를 걷고 이력서들을 다시 꺼낸다. 혹시, 지나쳤을지 모를 금쪽 같은 역사를 찾아보려 한다. 역사를 다시 찾는 일이나, 이노베이션을 하는 일이나 쉽지 않겠지만, 절실함이 있었을 이력서를 이해하며, 노는 날 형광펜을 들고 다시 살펴보는 작은 시도처럼 성의 있는 실천이 이론을 앞설 것이다.
이노베이션은 의식을 두드리고 문을 열고 나갈 의도를 가진 사람의 용기 있는 실천이다.
2004/11/21 19:19 2004/11/21 19:19
DrunkenSTAR 가 씀 jackrhee@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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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soap 2004/11/23 14:38  편집/삭제  댓글 작성  댓글 주소

    같이 일할 사람 고르는것..
    신도시 부동산 투자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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